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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만은 왜 공항처럼 친근하지 않나

by 김정현 기자

2017년 06월 17일

글로벌 전자상거래 시장 성장, 항만도 변화 필요

항만, 여러 산업 연계하는 ‘중심축’ 역할 맡아야

최상희 KMI 항만물류기술연구실 실장

▲ 최상희 KMI 항만물류기술연구실 실장

 

발표. 최상희 KMI 항만물류기술연구실 실장 / 정리. 김정현 기자

 

지난 4월 14일 열린 ‘로지스타 서밋 2017’에서는 학생,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을 위한 ‘CLO스테이지를’ 마련했다. CLO스테이지는 총 두 세션으로 구성됐는데, 그중 제1세션은 ‘글로벌 전자상거래 전용 상업항만 활성화 조성’을 주제로 한 세미나였다. 현업 종사자들의 입을 통해 우리나라 항만물류의 환경 변화와 CBT 전용만 활성화 방안을 들어보자.

 

우리는 매우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살고 있다. 변화에 속도를 부여하는 것은 바로 ‘기술’이다. 초연결, 지능화, 가상화, 스마트머신 등의 기술은 더욱 체계화되고 고도화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기술이 물류를 바꾸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주제로 돌아와, 해운과 항만은 기술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항만을 포함한 물류 거점에서 물류와 관련된 기술들이 만들어지고 파생된다. 물류 거점이 물류의 시작이자 끝이기 때문이다.

 

해운·항만은 크게 해운, 항만/항만 배후단지, 내륙물류 등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해운’은 해상으로 화물을 운반하는 것, 즉 해상 운송사를 뜻한다. 우리나라의 교역 물동량 중 99.7%가 해운을 통해 이동한다. 다음으로, ‘항만/항만 배후단지’는 항만의 부가가치 증대와 항만 관련 산업의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지정된 토지다. 끝으로, 항만으로 운반된 화물은 다른 운송수단으로 연계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내륙물류기지’로 옮겨진다. 결국 이 세 주체는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최근 글로벌 이커머스의 성장으로 해운·항만 또한 변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근래 전자상거래의 글로벌 평균 성장률은 17.5%이며, 특히 중국(22%)과 인도(75%)의 성장속도가 매섭다. 또한 해외 직구 및 역직구 시장도 함께 커지고 있다.

 

전자상거래가 확산되는 이유는 소비자가 이용하기 편하기 때문이다. 국제 배송비를 포함하더라도 해외직구로 물건을 구매하는 것이 훨씬 저렴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보호무역주의라는 장벽이 존재한다. 하지만 국경을 가로지르는 거래의 확산이 전 세계적 추세라는 데엔 이견이 없다.

 

글로벌 전자상거래 시장이 커지면서 국경 간 글로벌 물동량 역시 늘고 있다. 가령 아시아 이커머스 시장은 매년 급격한 속도로 성장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글로벌 물류 시장에서 아시아 항만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현재 글로벌 해운 물류 시장의 환적 물동량 가운데 아시아가 차지하는 비율은 80년대 36.6%에서 90년대를 거치며 52.8%까지 증가했다.

 

이렇듯 상황이 변하고 있다. 해운·항만의 역할도 변해야 한다. 지금까지 항만은 단순한 공업항이었다. 항만에 수출입 화물이 들어오면 화주가 이를 가져간다. 항만은 저장 공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나 앞으로도 이러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우리나라의 항만 경쟁력은 뒤처지고 말 것이다. 항만의 역할이 바뀌어야 하는 까닭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다른 산업과 적극적으로 연계해야 한다.

 

세계 2위의 환적항를 보유한 싱가포르도 항만의 역할을 다양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령 싱가포르는 항만 배후단지에 풀필먼트 센터를 유치하고, 세관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의 방식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우리나라가 싱가포르에 견줄 수 있는 환적항이 되려면, 항만을 보는 관점 자체를 바꿔야 한다. 오로지 선사를 위한 서비스만을 제공하는 항만은 곤란하다. 유통업체 등 다양한 산업 주체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항만이 되어야만 한다.

 

공항을 떠올려보자. 요즘 공항에는 영화관이나 판매시설 등이 잔뜩 들어서 있다. 그 결과 공항은 항만보다 훨씬 친숙한 느낌을 준다. 한편 항만은 우리 옛 기억 속의 모습 그대로 변화하지 않고 있다. 수십 년 전과 똑같다. 미래에는 달라야 한다. 앞으로 항만은 다양한 부가기능을 제공하는 장으로서, 여러 산업을 연계하는 ‘중심축’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항만의 미래가 거기에 달려 있다.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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