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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 없는 제품은 없다", 식품 포장 현 주소는?

박현진 고려대학교 식품공학과 교수 인터뷰

by 임예리 기자

2017년 10월 19일

식품 신선도 유지의 핵심은 온도 조절과 산소 차단

소비자가 원하는 포장의 조건, 편리함과 빠름

고급 포장 선호하는 한국, 고급 포장기술 자체 확보에도 힘써야  

콜드체인 박현진 신선식품 포장 패키징

 

얼마 전, 온라인에서 ‘불편한 포장’에 대한 이야기가 화제를 모았다. 바로 블리스터 포장(Blister Packaging)에 관한 것이었는데, 너무 딱딱한 플라스틱 포장이 상품 개봉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었다. ‘Wrap Rage(플라스틱 포장이 너무 단단해서 그것을 개봉하느라 애를 먹어 과도하게 신경질을 내는 것)’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며 수많은 누리꾼들의 공감을 샀다.

 

사실 블리스터 포장은 소비자를 위해 상품을 잘 보호하도록 하는 포장 방식이다. 특히 떨어뜨렸을 때 충격을 잘 완화해 상품을 보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품 전체를 딱딱한 플라스틱으로 둘러싸면 위와 같은 곤란한 상황이 발생한다. 포장은 상품을 보호하면서도 소비자의 편리함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포장은 상품과 소비자 사이의 마지막 관문이다. 상품과 소비자를 모두 배려해야 한다. 특히 소비자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식품에 경우 포장의 중요성은 더욱이 말할 것도 없다.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점점 더 높아지는 지금, 식품 포장은 어떻게 두 대상을 바라봐야 할까.

 

박현진 고려대학교 식품공학과 교수와의 대담을 통해 식품 포장의 의미와 포장업계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알아본다. 다음은 박 교수와의 일문일답.

박현진 콜드체인 포장 패키징 신선식품물류

▲ 박현진 고려대학교 공과대학 식품공학과 교수

 

Q1. 식품 유통의 관건은 기본적으로 ‘신선도’ 유지를 얼마나 잘 하느냐에 달려있다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포장에 있어 ‘신선도 유지’는 어떤 의미인가.

 

A1. 포장의 대상으로서 식품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살아있거나 살아있는 것처럼 생명 활동을 하는 식품이다. 농산물이 대표적이다. 농산물은 유통 과정에서도 살아서 호흡을 한다. 산소를 마시고 이산화탄소를 내뱉는 것이다. 가령 사과를 공기 중에 오래 놔두면 표면이 주글주글해진다. 사과가 산소를 이용해 생명 활동을 하고 이산화탄소를 내보내면서 자기 몸을 태우기 때문이다. 온도가 높거나 공기 중에 산소가 많으면 그 속도는 더 빨라진다. 당연히 빨리 분해될수록 식품의 선도는 떨어진다. 이때 포장의 역할은 온도를 낮추거나 산소를 줄여 농산물이 호흡하는 속도, 생명활동의 속도를 낮추는(Slow-down) 것이다. 사과가 잠을 자는 것처럼 최대한 천천히 자기 몸을 분해시키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식품마다 온도는 낮춰야 하는 정도가 다르다. 특히 농산물의 경우엔 ‘냉해’ 문제가 있다. 냉해(Chilling Injury)란, 어는 온도가 아님에도 일정 온도 미만으로 내려가면 식물조직이 괴사하는 것을 가리킨다. 동상에 걸린 사람의 몸이 썩는 것과 비슷하다. 토마토의 경우, 10도 이하에서 보관하면 조직이 물러져 썩기 시작한다. 냉장고에 바나나를 넣으면 표면에 까만 점이 생기고, 물러지는 것도 같은 이치다. 따라서 농산물의 특성을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하나는 가공·반가공 식품처럼 죽어있는 상태의 식품이다. 가공·반가공 식품 신선도 유지의 가장 큰 적 역시 산소다. 가공·반가공 식품은 식품 내부에서 생화학 처리(Biochemical Process) 과정이 발생한다. 이때 산소를 만나면 식품의 지질(脂質)을 산패 되거나 균을 증식하게 된다. 따라서 가공·반가공 식품 역시 산소를 차단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Q2. 최근 식품 포장업계를 이끄는 트렌드가 있다면 무엇인가.

 

A2. 최근 식품 포장의 가장 큰 특징은 편리함(Convenient)과 빠름(Fast)의 결합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즉, 소비자가 편하고, 쉽게 포장을 열 수 있도록 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 중 하나가 음료 포장이다. 병맥주의 경우, 마개를 열 때 마치 페트병처럼 돌려서 여는 마개형(스크류) 용기가 등장했다. 커피캔 역시 마찬가지다. 마개형 포장은 쉽게 열 수 있을 뿐 아니라 기존의 포장보다 외부 공기 차단 기능이 뛰어나다.

 

하지만 이런 포장은 원가 상승을 불러일으킨다. 음료수의 경우, 상품 가격에서 가장 많이 차지하는 것이 바로 포장비용이다. 많은 경우 포장비용이 상품 가격의 50%를 차지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위에 언급된 마개형 포장은 추가적인 원가 상승을 불러일으킨다. 마개형 커피캔은 기존 캔보다 세배 정도 비싸다.

포장 콜드체인 패키징 마개형 커피  ▲ 마개형 커피캔. 마트나 편의점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더 편리하게 열 수 있는 용기가 인기를 얻고 있다. 원가가 상승해 돈을 조금 더 지불해야 하더라도, 편한 것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이다. 즉, 포장이 소비자가 상품을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 것이다. 단가를 낮추기 위해 무작정 싼 용기를 사용한다고 해서는 물건이 팔리지 않는 시대다. 소비자는 포장을 보고 상품을 산다.

 

Q3. 위의 이야기가 비단 음료수에만 한정되지는 않는 것 같다. 화장품, 과자 등의 영역에서도 더 열기 편하고 보관하기 유리한 포장을 강조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포장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이 앞으로 신경 써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A3. 올해 전 세계 각 산업계에 ‘4차 산업혁명’ 열풍이 불었다. 4차 산업혁명의 특징은 다품목 소량생산이다. 즉, 소비자 중심이다. 포장의 미래 역시 같은 맥락이다. 소비자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형태와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소재 역시 중요해진다. 포장의 소재는 식품의 선도유지나 품질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령, 나노(Nano) 기술을 활용하면 산소차단에 더 효과적이다. 대표적인 것이 페트병 맥주다. 페트병와 맥주가 닿는 면에 나노 물질을 집어넣어 산소나 이산화탄소를 차단한다. 유리병보다 저렴한 가격에 더 높은 효율을 낼 수 있다. 현재 한국에는 대용량 페트병 맥주가 대부분이지만, 선진국의 경우 소형 페트병 맥주 역시 활발히 등장하고 있는 추세다.

 

Q4. 그렇다면 식품 포장과 관련해 우리나라만의 특징이 있는지 궁금하다.

 

A4. 포장기술은 그 나라의 선진화 정도와 비례하는 모습을 보인다. 재미있는 것은, 한국의 경우 포장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수준이 높다는 것이다. 외형적인 것을 중시하여, 같은 식품이라도 포장기술이 좋으면 상품을 좋게 인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포장기술이 적용된 값만큼 지불할 자세가 되어 있기도 하다. 1인당 1년 GDP가 3만 불에 조금 못 미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활용되는 포장기술들은 1인당 1년 GDP가 5~6만 불 정도인 나라에서 사용하는 것들이다.

 

그런데 이런 소비자 성향에 반해 우리나라 포장기술은 낙후된 편이다. 사용되는 기술들 대부분이 외국에서 사와 로열티를 내고 사용되는 것들이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포장산업이 중소기업업종에 포함되면서 포장대기업이 태어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못했다.

 

현재 우리나라 식품산업 시장은 식품 관련 서비스까지 합해 300조 원 규모다. 포장시장은 40조 원, 포장가공 관련 서비스까지 합하면 80조 원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포장업계에서 가장 큰 업체로 손꼽히는 롯데알미늄조차 매출 규모가 1조원 남짓이다. 해외에는 테트라팩(Tetra Pak)과 같은 글로벌 포장기업은 삼성전자만큼이나 많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회사들이 세계 시장에서 자리 잡은 상황에서 후발주자인 우리나라 기업들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단가 경쟁을 하기엔 중국이 위협적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기업을 중심으로 포장기술 관련 분야의 투자가 활성화되는 것이 우선 중요하다. 산학연 협력이나 식품회사-포장업체 간의 협력을 통해 자체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Q5. 2017 서울 콜드체인포럼에서 ‘나노(Nano)기술과 콜드체인 패키징’을 주제로 발표를 할 예정이다. 해당 내용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A5. 포장이 없는 제품은 없다. 제품이 있다는 것은 포장기술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포장은 마케팅적 기능과 기술적 기능을 가지고 있다. 마케팅은 소비자의 선택을 이끌어내지만, 재구매를 일으키는 것은 기술적 기능이다. 그런 차원에서 나노 공학기술은 기술적 기능에 속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나노 기술을 활용하면 산소를 더 완벽하게 차단해 신선도를 유지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는 자연히 콜드체인과 연결될 수밖에 없다. 2017 서울콜드체인포럼에서는 나노기술에 대한 설명과 함께 다양한 활용 사례가 이야기될 예정이다.



임예리 기자

三人行,必有我师。 페이쓰북 / 이메일: yeri@clo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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