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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간 3조 원 손실 본 징동, 사활의 키는 여전히 물류에

by 임예리 기자

2018년 03월 15일

징동, 9년 간 누적손실액 188억 위안(한화 약 3조 1830억 원)

높아지는 오픈마켓 매출 비중, 성장과 정체성의 딜레마

물류부문 누적 투자액 약 5조 원, 미래 물류 투자 계속될 것 

징동 전자상거래 이커머스 京东

 

중국 2위 전자상거래 업체 징동(京东) 그룹이 2017년 실적을 공개했다. 매출, 영업수익에서 작년보다 나아졌지만, 흑자를 기록한 것은 아니었다. 직매입, 직배송 모델을 주로 활용하는 징동이 물류 부문에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이와 같은 상황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7년 징동의 영업수익은 3,623억(한화 약 61조 3,374억 원)이었다. 징동의 영업수익은 성장세를 보이며 2016년 대비 39.2% 증가했지만, 해당 수치는 징동 설립 이래 가장 낮은 수치였다.  2017년 징동은 총 손실액 8억 3,500억 위안(한화 약 1,412억 원)을 기록했으며, 이로써 9년 간 누적 손실액은 188억 위안(한화 약 3조 183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징동 전자상거래 이커머스 京东

징동 전자상거래 이커머스 京东

 

거래액은 늘었지만, 성장폭은 주춤

 

좀 더 자세히 분기별로 징동의 성적을 들여다보자. 징동의 분기별 거래액(GMV, Gross Merchandise Volume) 역시 연도별 영업수익과 마찬가지로 증가세에 있지만, 그 증가폭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2015년 1분기 90%였던 증가율은 2016년 이후 50% 이하로 떨어졌고, 2017년 3, 4분기에는 30%대로 한층 더 낮아졌다. 2017년 4분기, 징동의 GMV는 4,030억 위안(한화 약 68조 1,392억 원)으로, 전 분기보다 33.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징동 전자상거래 이커머스 京东

 

주목해야 할 점은, 징동이 2017년 3분기부터 GMV 통계 추출 방식을 새롭게 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성장폭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2017년 3분기 전까지, 징동은 GMV에 포함되는 영역을 선정하는 기준을 다소 엄격하게 적용했다. 가령 “징동 직매입 업무 중 팔리거나 배송이 완료되지 않은, 가격이 2,000위안 이상인 주문은 포함하지 않는다”는 것이 대표적이었다. 하지만 이후 해당 문구는 “업계에서 정의하는 특정 금액과 거래는 포함하지 않는다”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그전까진 GMV 반영 대상이 아니었던 주문 취소, 수취 거부, 환불, 구매가 클릭됐지만 실제로 돈은 지불되지 않은 주문 등도 GMV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징동 전자상거래 이커머스 京东

 

GMV 반영 범위가 넓어지면서 보고서 상에서 징동의 매출액이 커지는 효과가 생겨났다. 2017년 2분기 재무보고 발표 당시, 징동은 2분기의 GMV를 2,348억 위안이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새로운 GMV 통계 추출 방식이 적용된 3분기 재무보고서에는 2분기의 GMV가 3,353억 위안으로 표기되어 있었다. 기존 수치보다 1,005억 위안 정도 늘어난 것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새로운 GMV 방식을 통해 추출한 수치가 기존 수치의 140% 수준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현지 업계에서는 징동이 GMV 측정 방식을 변화시킨 것에 대해, 단순히 업무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한 것 외의 이유도 있다고 전했다. 징동 플랫폼 내에서 점차 증가하는 오픈마켓(제3자 서비스) 업무 매출의 점유율을 공개하지 않기 위함이기도 하다.

 

사실 오픈마켓 매출액이 징동의 전체 거래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면서 징동의 성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직매입 방식의 경우, 매입가와 판매가의 차이로 돈을 벌기 때문에 매출총이익률이 10% 정도인 것에 반해 오픈마켓 업무의 수익 모델은 중개 수수료이므로 매출총이익률이 70% 정도에 이르기 때문이다.

징동 전자상거래 이커머스 京东

 

하지만 징동은 그와 동시에 한 가지 딜레마에 부딪히게 된다. 거래액 중 오픈마켓이 차지하는 비율이 50%를 넘어서게 되면, 징동 플랫폼 속성 자체가 변할 가능성이 크다. 이제껏 직매입, 직배송 모델을 내세우며 알리바바의 전자상거래 플랫폼과 차별화를 강조한 징동으로서는 그에 대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2017년 2분기의 징동 재무보고서의 ‘재무성과(Financial Results)’에서 첫 번째 항목은 ‘GMV와 순수익(GMV and Net Revenues)’으로, 징동 측은 GMV의 구성을 자세하게 밝혔다. 발표에 따르면, 당시 징동의 GMV 중 직매입 서비스는 1,366억 위안, 오픈마켓 업무는 982억 위안이었다. 상품 카테고리 기준으로는 가전이 1,152억 위안, 일반상품이 1,196억 위안을 차지해다.

 

그런데 징동의 3분기 재무보고서의 재무성과에서 첫 번째 항목은 GMV가 사라진 채 ‘순수익(Net Revenues)’만 표기되어 있었다. 직매입과 오픈마켓 서비스가 GMV를 어떻게 구성하고 있는지에 관한 자세한 수치가 빠진 것이다. 현지 업계에서는 징동의 오픈마켓 비중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분위기다. 오픈마켓의 모델의 경우, 상품의 품질과 배송에 징동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직매입 모델보다 적다. 따라서 소비자 경험 만족도 하락에 대응해야 하는 징동의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판매자에게 징동이 보유한 창고에 상품을 입고하는 것을 강제하기엔  자금흐름과 상품의 적체가 발생할 시 판매자가 감수해야 할 위험이 커서 쉽게 도입하기 힘들다.

 

물류 부문 투자만 5조원, 투자는 계속된다

 

징동은 이제껏 ‘빠른 성장’을 강조해왔다. 특히 자본시장에선 징동에 흑자보다 성장을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성장률은 주춤한 모습이다. 특히 2016년 2분기부터는 알리바바보다 항상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징동의 2016년, 2017년 4분기 영업수익 성장률은 각각 45%, 39%였지만, 알리바바의 경우 2016년 4분기 45%, 작년 4분기 56%를 기록하며 오히려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징동 전자상거래 이커머스 京东

 

이런 상황과 관련해 현지 업계에서 자주 언급되는 것이 징동의 물류 부문 투자다. 직매입, 직배송 모델을 활용하는 징동은 전통 물류영역인 물류센터, 시설/설비 뿐만 아니라 신기술을 활용한 물류사업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붓고 있기 때문이다. 

 

징동의 비유동자산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징동의 자산, 설비, 시설의 장부가액은 126억 위안(한화 약 2조 1,305억 원)이다(2017년 말 기준). 이외에 32억 위안은 건설 중 공정에 해당 하는 부문이고, 67억 위안은 무형자산, 71억 위안은 토지사용권이었다. 결과적으로 징동의 창고와 물류 구축을 위해 295억 위안(한화 4조 9,879억 원) 정도가 사용되고 있다.

징동 전자상거래 이커머스 京东

 

2016년 징동은 중국 전역에 256개의 물류센터를 운영했는데, 총 면적은 560만m2(169만 4,000평) 정도였다. 징동의 물류센터는 빠르게 늘어 2017년에는 486개였고, 총 면적 역시 1,000만m2(302만 5,000평)로 늘어났다. 징동 측은 향후 보유 창고면적을 5,000만m2(1512만 5,000평)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징동이 확보하고자 하는 물류센터는 대형 물류센터도 포함되지만, 전치창고(前置仓库)와 같은 비교적 작은 규모의 센터도 포함된다. 전치창고는 소비자가 있는 곳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창고를 가리킨다. 즉, 도시 내 빌딩이나 사구(社区)* 앞에 위치하여 1~2시간 내 배송을 수행하기 위한 거점으로 활용된다. 상품을 빠르게 출고하여 고객이 기다리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 현대 중국 도시주민들의 거주지역으로 하급 행정구 단위의 구획이자 기초 자치단위. 일반적으로 100~700호(户)로 구성되어 있다.(네이버 지식백과)

 

물류시설의 증가는 징동이 보관하는 상품 역시 늘어났음을 의미한다. 장부가액 기준으로, 2010년 11억 위안 정도였던 보관 상품 장부가액은 2017년 417억 위안(한화 약 7조 506억 원)을 기록했다. 징동 측의 발표에 따르면, 징동의 2017년 4분기 재고회전일수는 38.1일이었다. 

징동 전자상거래 이커머스 京东

 

앞서 언급된 징동의 계획처럼, 징동이 보유한 창고 면적이 5,000만m2로 늘어나면, 징동이 보유한 재고 상품의 장부가액 역시 약 1,000억 위안(한화 약 16조 9,080억 원)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에 따른 상품의 손/망실, 판매 감소 혹은 부진 등에 대한 리스크 역시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현지 업계에서는 물류 부문이 징동의 승부수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리우치앙동(刘强东) 징동 CEO는 2017년 실적발표 후 진행된 컨퍼런스 콜에서 물류부문에 대한 투자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물류방면에서 징동의 투자처는 크게 두 가지로, 토지, 부동산, 하드웨어 설비 등에 대한 자산 투자와 최신 물류기술 부문이다”라며 “전통적인 물류업무와 함께 100% 자동화 창고, 무인배송 스테이션, 무인배송차 등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영역에 대한 투자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임예리 기자

三人行,必有我师。 페이쓰북 / 이메일: yeri@clo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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