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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규제에… ‘동네북’ 된 맥주배달 스타트업

by 김태영 기자

2018년 04월 29일

국세청 주류고시 개정안에 영업 중단한 벨루가, 규제 몸살

그럼에도 맥주 유통에 적극적… ‘가격경쟁력 확보’

 

스타트업이 규제 때문에 몸살이다. 새로운 개념의 사업을 시작하더라도 과거 만들어진 법적‧제도적 테두리가 스타트업을 옥죈다. 맥주 배달 서비스로 사업을 시작한 ‘벨루가’도 이 같은 상황을 피해가지 못했다. 2016년 시장에 등장한 벨루가는 스스로를 맥주 배달 업체가 아닌 야식 배달 업체라고 소개한다.

 

영업전선에 ‘혼선’

 

벨루가는 지난해 영업을 잠시 중단했다. 국세청이 발표한 ‘주류고시 및 주세사무처리규정 개정(이하 주류고시 개정안)’이 문제였다. ‘전화로 주문받은 음식과 주류를 ‘함께’ 배달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던 조문을 ‘전화로 주문받아 직접 조리한 음식에 ‘주류는 부수하여’ 배달할 수 있다’고 바꾼 게 개정안의 골자다.

 

이에 맥주 배달을 메인 아이템으로 가지고 있었던 벨루가는 업태를 전환해야만 했다. 음식 없이 맥주만 배달하는 게 불법이 됐기 때문이다. 결국 햄버거와 치즈스틱 등 음식과 맥주를 함께 배송하는 서비스를 전환했지만 동종업계의 민원으로 약 100일간 영업을 중단해야만 하는 처지에 놓였다.

 

벨루가 관계자는 “처음 주세법이 개정됐을 때 음식과 ‘부수하여’라는 말이 없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부수하여’라는 말이 추가됐다”고 토로했다.

 

사실 주류를 배달하는 서비스가 논란이 된 것은 2016년부터다. 전화로 음식과 술을 함께 주문하는 게 일반화됐음에도 현행법상 불법이라는 모순을 개선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게 주류고시 개정안이다. 하지만 2차 주류고시 개정안이 발표되면서 벨루가의 서비스는 다시금 불법으로 전락했다.
▲벨루가는 ‘나에게 찾아오는 셰프의 야식’이라는 야식배달 서비스 업체를 강조하고 있다.

 

그래도 ‘맥주’

 

여러 논란을 거친 벨루가는 지금 맥주 유통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성장세를 보이는 맥주시장을 포기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수입맥주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맥주 수입액은 2억 6,309만 달러 수준으로 전년 대비 48.7% 급증했다.

 

그러나 수입되는 맥주의 물류비는 타 주류 대비 높은 수준이다. 맛과 같은 품질 변화 우려가 큰 맥주의 특성 때문이다. 마트나 편의점에서 수입맥주가 비싼 값에 팔리는 이유다.

 

이에 벨루가는 유통기한이 임박한 맥주를 저렴한 가격으로 조달하는 방식으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했다. 벨루가는 월 8병의 맥주(2병 씩 2회 배송)를 안주까지 포함해 약 8만 원 선에서 제공한다. 벨루가가 배송하는 맥주 가운데 인디아페일에일(IPA)의 경우 1병에 9,000원 이상인 것을 감안하면 벨루가의 서비스가 훨씬 저렴하다는 설명이다.

 

김성재 벨루가 오퍼레이팅 매니저는 “맥주는 해상으로 운송되는 기간과 식약청에서 검사받는 기간을 제외하면 실제 시장에서 유통되는 기간은 짧은 편”이라며 “(벨루가의 경우) 멤버십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고객들의 신뢰도를 떨어뜨리지 않는 제품들을 저렴하게 매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속적으로 수입 맥주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B2B유통 플랫폼을 준비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김태영 기자

물류를 통해 사람을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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