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천동암의 물류에세이] 문제는 '재고'에 있다

by 천동암

2018년 07월 08일

오 부장 미국에 가다⑨

실물재고, 전산재고, 물류업체 전산재고, 하나도 맞지 않는다면 문제는 누구에게?

이미 터진 문제라면 위기 최소화의 관점으로

글. 천동암 경동대 교수

 

“최 팀장, 재고를 실사한 실물 재고량, 전산재고, 물류업체 전산 재고까지 어떻게 3곳이나 재고가 틀릴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재고 차이 금액이 미화로 107만 불이나 됩니다. 물류 재고관리 측면에서 지금 현재 북미법인 재고 상황은 그야말로 최악입니다. 고객 주문에 대응하려면 기초재고가 정확해야 합니다. 그런데 미국법인의 전사 재고가 틀리고, 물류업체 전사 재고도 맞지 않고, 도대체 어떻게 물류관리를 하고 있는 것입니까?

 

오 부장이 이마를 찌푸리자 주름살이 이마 위에서 물결치듯이 요동쳤다. 오 부장은 다음 이야기를 쉬지 않고 내질렀다.

 

“이런 상황에 LCC 물류업체의 리처드 김 사장은 본사 비서실에 지금 우리 TF가 하는 일들을 ‘갑질’이라 떠벌리고 다니고 있습니다. 그것 때문에 프로젝트 추진 중에 TF 인력들이 특별감사를 받고, 점입가경으로 김 차장은 개인비리 혐의로 해고까지 몰리고 있습니다. 김 차장의 일을 제외하더라도 1조 물량을 1년 이내에 말레이시아 공장과 한국 공장에서 수입하여 공사 현장까지 완벽하게 배송해야 하는 막중한 일들은 다른 어떤 것보다 중요한 것 아닌가요?”

 

오 부장의 닥달에 북미법인의 최 물류팀장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하고 고개만 떨구고 있었다. 재고관리 문제는 사안이 커서 충분히 해고사유가 됐다. 이미 그 전날에 법인장인 서영구 전무에게 재고상황을 해결하지 못하면 책임을 져야 한다는 통보도 받았다.

 

LCC 물류업체의 부실관리가 뇌관이 되어 북미법인의 비즈니스 상황을 휘젓고 있었다. 오 부장은 얼바인 사무실을 나와 야자수 아래 벤츠에 앉아 연신 담배를 피웠다. 담배를 피워대도 생각이 정리되기는커녕 머리만 점점 복잡해졌다. 김 차장이 담배를 피우고 있는 오 부장에게 조심스럽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

 

“오 부장님, 재고관리 문제 때문에 골치 아프시죠. 제가 오 부장님 입장이라면 정말 힘들 것 같아요. 지금 상황은 권력기관과 권력기관이 서로 부딪치면서 자존심 싸움을 하는 것 같아요. 말하자면 ‘국정원’이 해외공작을 하고 있는데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갑자기 ‘국내 검찰’이 해외 공작중인 요원을 국내로 소환해서 진행 중인 사안을 중단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대의가 무엇인지를 따져봐야 합니다. ‘Who is Wrong, Who is Right(누가 틀리고, 누가 맞는가)’가 아니라 ‘What is Wrong, What is Right(무엇이 틀리고, 무엇이 맞는가)’를 알아야 합니다.”

 

한고조 시대의 ‘장량’이 ‘유방’에게 조언하는 듯 김 차장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 초연한 듯 현자 같이 의미심장한 얘기를 꺼냈다.

 

‘그래. 대의가 무엇인지 되새겨 봐야한다. 지금 상황에서는 물류업체를 바꾸는 것 자체가 이슈가 아니라 빠른 시일에 1조 원의 물량인 90,000 컨테이너를 고객의 납기 요구일자에 정확히 공급하는 것이 대의다. 다른 사안은 부차적인 상황이다. 고객에게 약속한 물량을 생산해서 정해진 기일에 업무를 추진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오 부장은 서둘러 서영구 전무를 만났다.

 

“서 전무님, 북미법인에서 여러 가지 불미스러운 사안이 동시에 터져서 대단히 죄송합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 빠른 시일에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서 전무님이 도와주세요. 우선 지금 중요한 것은 테리(Terry)사의 1조 공급물량을 미국전역 28개 건설현장에 납품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 본사에서 진행되는 조사건은 프로젝트 정리 후에 다시 재조사하여 진행하도록 본사 비서실의 송 사장님과 상의 부탁드립니다.”

 

과거 서 전무는 북미법인에 오기 전에 비서실에서 송 사장을 모시고 일했다. 이 점을 감안한 오 부장의 요청이었다. 오 부장이 이어 말했다.

 

“저와 TF 요원들이 프로젝트 추진 중에 허물이 있다면 저 또한 책임과 비난을 피하가 어렵습니다. 그 책임 추궁과 진실 판단을 프로젝트 이후에 해달라는 것입니다. 전쟁터에 나와 있는 장수가 전쟁터의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 서 전무님도 알다시피 재고관리 문제의 본질을 해결해야지 책임자나 실무자들을 정리한다고 재고관리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전쟁 중에 책임자를 교체한다고 위기가 관리되는 것은 아닌 듯합니다.”

 

오 부장의 이야기는 닥달같이 이어졌다.

 

“과거 임진왜란 때 선조가 왜장 가토 키요마사를 쳐서 잡아오라고 했는데도, 이순신이 명을 받들지 않은 이유는 전세가 승산이 없다 봤기 때문일 것입니다. 선조는 이를 반역으로 보고 이순신을 잡아다 고초를 겪게 했고 원균을 그 자리에 임명했습니다. 그 결과 ‘칠천량 전투’에서 조선 수군은 전멸했고, 호남지역을 왜군의 수중에 넘겨서 전쟁이 더욱 어렵게 됐지요. 이 역사를 서 전무님도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저는 책임을 회피하고 전가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공과의 판단을 유보해 달라는 요청입니다.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이 업무는 북미법인의 사활이 걸린 중대한 사안이라는 것을 서 전무님도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오 부장은 거친 숨을 몰아세우며 핏기를 올리며 서 전무에게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오 부장이 내뱉은 소나기 같은 말에 서 전무는 내심 마음이 동하는 듯 표정이 밝았다.

 

“오 부장은 역사에도 혜안이 있으시네요. 이순신 장군처럼 전쟁터에서는 장수가 모든 정황을 읽어야 한다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부산진에 진격하여 왜선을 섬멸하라’는 선조의 무책임한 말이 제 마음을 뜨끔거리게 하네요. 재고관리 문제의 위기를 미연에 방지했다면 가장 좋겠지만, 부득이 위기가 발생했다면 우선순위는 해당 위기를 관리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은 일리 있는 지적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송 사장님에게 건의를 하고 프로젝트 마무리 이후에 현재 TF 업무와 관련한 조사 및 인사조치 등 모든 것을 평가하도록 적극 건의하겠습니다. 오 부장의 책임지는 자세와 일하는 태도가 진정성이 있습니다. 지금 북미 법인 물류운영 상황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그리고 대응방안은 무엇인지 정리한 내용이 있습니까?”

 

오 부장은 서 전무가 그릇이 큰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큰 그림을 보고 판단하는 경영자인 것 같았다.

 

“서 전무님, TF에서 그 동안 파악했던 내용을 보고하도록 하겠습니다. 문제점을 대분류로 정리하면 크게 7가지입니다. 물류운영 및 비용관리, 재고관리, 물류업체와의 불합리한 계약조건, 당사의 관계상인 LWI의 위탁관리 문제점, 운송관리, 창고관리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물류 성과관리 체계의 문제점입니다.”

오 부장이 정리한 북미법인 물류운영의 문제점

 

“오 부장님, 북미법인 물류운영 상황이 그야말로 최악이군요. 문제가 이렇게까지 심각한 상황인지 몰랐습니다. 현재 2,000억 원 정도의 매출에서 1조 원 이상의 매출까지 상승할 것이라 예상되는데 이 상태로 운영하면 시스템, 프로세스, 사람들을 모두 개조해야 합니다. 그 중에서도 오퍼레이션이 가장 문제가 될 것 같군요. 지금 남은 것은 추가 영업이 아니라 생산과 물동 운영인데 생산은 공장에서 해야 할 상황이고 제가 직접 챙겨야 하는 것은 물동 운영인데 오 부장이 적극적으로 도와주세요. 저도 일일 물동량과 주간 물동운영 TF활동을 직접 챙기도록 하겠습니다.”

 

오 부장은 마음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서 전무는 복잡한 문제점의 본질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다.



천동암

시와 소설을 쓰는 물류인 천동암 박사는 한국코카콜라와, 삼성전자, 한화큐셀에서 근무했던 물류 전문가입니다. 2010년 계간 한국작가에 등단(시)하여 시집으로 <오른다리>, <천가박가> 소설은 <아버지의 유산>, <물류 부장 오달수의 하루-일본편>을 출간 했다. 경영학 박사학위와 국제자격증인 CPL, CPIM 및 CPSM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문서적으로는 국제물류론, 창고하역론을 집필했다. 물류와 문학을 융합시켜 4차 산업혁명 속에서도 인간이 창의적으로 할 수 있는 영역을 개척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경동대학교(경기도 양주 캠퍼스)에서 물류와 SCM 및 물류정보시스템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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