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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키징'의 상식을 뒤집은 화장품 브랜드가 있다고?

by 송영조 기자

2018년 07월 30일

영국 코스메틱 브랜드 러쉬(LUSH)의 패키징 체험기

1995년 영국에서 탄생한 핸드메이드 화장품 브랜드 러쉬(LUSH)는 한국의 소비자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기자도 몇 년 전부터 꾸준히 러쉬 제품을 이용하고 있는데요, 화장품의 효능은 차치하고 기업이 소비자에게 호소하는 '친환경'이라는 가치에 끌렸기 때문입니다.

 

특히 러쉬는 패키징 분야에서 다른 화장품 브랜드와는 차별화된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요, 러쉬는 어떻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패키징을 활용하고 있을까요?

再 패키징, 회수도 전략이다


첫 번째는 고객에게 보내진 포장 용기를 회수하는 방식입니다. 러쉬는 자사 제품의 포장 용기인 '블랙 팟'을 고객이 다섯 개를 모아서 오면 2만 5천 원 상당의 페이스마스크로 교환해주고 있습니다. 국내 매장에서 수거한 블랙 팟은 부산에 있는 공장으로 보내져 다시 쓸 수 있는 새로운 블랙 팟으로 환생한다고 합니다.

러쉬코리아의 '블랙 팟' 수거량(2013~2017). 러쉬코리아 제공

 

러쉬의 연도별 블랙 팟 수거량을 보면 지난 2013년부터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수거율에 대해서는 국내 매장에서 해외직구 등 공식 채널에서 판매된 제품의 블랙 팟이 아니더라도 받고 있기 때문에 정확한 집계는 어렵다고 합니다.

러쉬의 포장용기 '블랙 팟'

 

기자도 지금껏 서랍장에 보관해두었던 블랙 팟 다섯 개를 모아 러쉬 강남역 매장에 가져갔습니다. 매장에는 동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헌옷함'처럼 생긴 블랙 팟 수거함이 비치돼 있었는데요, 이미 소비자들이 가져온 블랙팟으로 수거함은 가득 차 있었습니다.

기자는 블랙 팟 다섯 개를 수거함에 넣고 페이스마스크 한 개를 받았습니다. 페이스마스크 또한 블랙 팟의 패키징 형태로 제공되며 다시 다섯 개를 채워오면 또 하나를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폐용기를 가져오면 금전 형태로 돌려주는 보증금 방식보다 어쩌면 충성 고객을 늘릴 수 있는 마케팅 수단으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無 패키징, 벌거벗은 포장


두 번째는 제품의 포장을 간소화, 나아가 아예 포장의 개념을 없앤다는 '네이키드 패키징(naked packaging)'입니다. 흔히 샴푸나 스킨케어 제품을 생각하면 플라스틱 용기에 들어있는 액체 상태의 제품을 떠올리기 쉬운데요, 러쉬는 아예 포장을 없애고 고체로 만든 제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고체 샴푸 바도 러쉬에서 처음으로 출시했다고 하는데요, 기자가 네이키드 패키징 제품을 직접 구입해봤습니다.

기자가 고른 제품은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로 고통받고 있는 멸종위기종 바다거북을 모티브로 만든 '터틀 젤리 밤'입니다. 해양오염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제작된 입욕제인데요, 구입 방법은 간단합니다. 매장 곳곳에 비치되어 있는 재생지 소재의 포장지에 제품을 집어넣고 계산대로 가져가면 끝입니다. 

본 상품 구입에는 재생지로 만든 포장재를 사용했지만, 실제로는 소비자가 직접 가져온 용기에 담아갈 수도 있고, 그냥 들고 가도 된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스티커, 접착제나 플라스틱 포장 용기는 전혀 발생하지 않습니다. 패키징 없는 화장품 구입, 생각보다 쉽고 간단했습니다.

러쉬코리아 한주희 차장은 "현재 AYR(All Year Round) 제품 중 네이키드 상품의 비중은 약 40%"라며 "지난해 크리스마스 한정판 제품은 약 70% 이상이, 올 3월 출시한 '러브 에디션'과 5월에 선보인 '땡큐 에디션'은 100% '네이키드'였다"고 전해왔습니다.

財 패키징, 부활한 포장이 판매된다!


세 번째는 패키징 용기에 값을 매겨 상품으로 판매하는 것입니다. 보통 화장품 용기를 생각하면 집에서 제품을 열어보자마자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는 불필요한 플라스틱이나 종이 포장재를 떠올리기 쉬운데요, 필요하면서도 불필요한 이 계륵같은 존재를, 러쉬에서는 상품으로 만들었습니다. 바로 재사용 가능한 포장재 '낫 랩(knot wrap)' 입니다.

이 감각적인 디자인의 '낫 랩'을 만드는 데는 두 개의 플라스틱 병(500ml 용량)이 재활용되었다고 합니다. '낫 랩'에는 만 원 정도의 가격대가 책정되어 있는데요, 주로 선물용으로 판매되고 있다는 게 러쉬 홍보팀 관계자의 전언입니다.

 

쓰레기로만 여겼던 포장재가, 러쉬에서는 상품이 되어 선물로 팔리고 있었습니다. 바로 이럴 때 쓰는 말이 '발상의 전환'이고, 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가 지금이 아닐까요?



송영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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