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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진의 길목 “물류센터, 어디 지을까?”

by 임예리 기자

2018년 09월 06일

통일시대의 물류, 남한의 소비력에 북한산 제품이 몰려온다면?

물류의 핵심은 거점, 앞으로 떠오를 대북 물류입지는 어디?

 

글. 임예리 기자

 

Idea in Brief

 

남북한의 핑크빛 평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남한과 북한 간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면서 북한 접경지에 속한 지자체들은 통일 시나리오를 가정하여 거점 선제 확보를 위한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자연히 해당 지역의 부동산 투자에 대한 관심도 늘어났다. 시장 확대라는 면에서 통일은 물류업계에 긍정적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과연 현재 뜨고 있는 물류입지는 어디일까. 통일이 되면 뜰 수 있는 물류입지는 어딜까. 마지막으로, 왜 이 지역이 뜨고 있을까.

 

건설, 관광이 대표적인 통일의 수혜산업으로 거론된다. 물류와 유통 역시 그 중 하나다. 국토가 넓어지고 인구가 증가하면 당연히 상품 수요가 늘어나고, 그 수요에 맞춰 공급이 함께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리적으로 남한의 수도권과 평양, 남포 지역이 하나의 통합 경제권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이 제기된다. 그 중 지리적으로 서해안권이 성장의 중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 한반도 경제권 형성과 서해안권의 발전 구도(자료: 국토연구원)

 

한반도 통일을 가정했을 때 긍정적 효과를 볼 것이라 언급되는 대표적인 물류 서비스로는 ‘택배’가 있다. 실제 업계에서는 우스갯소리로 통일만 된다면 물류에서 가장 대박 날 사업은 택배사업이라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북한의 낙후된 택배 시스템은 곧 높은 기회로 해석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통일이 되더라도 당장의 효과는 남한에서 먼저 나타날 것이라 예측된다. 유통, 전자상거래 등 ‘소비’와 긴밀한 관련이 있는 택배산업의 수요는 ‘소비력’이 있는 곳에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평양과 같은 대도시가 아닌 바에 북한 주민들의 소비력은 상당히 낮은 게 사실이다.

 

북한의 낙후된 인프라도 당장의 성과를 볼 수 없는 주요인으로 꼽힌다. 북한은 소비재의 제조업이 발달한 나라가 아니다. 북한 대부분의 도시가 군수산업 중심의 철강, 기계, 화학 등 전통적인 중공업 중심의 생산 기반을 보유하고 있다. IT, 통신과 같은 소프트웨어 인프라도 부족한 상황인데, 70년대 남한 도시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따라서 도시 인프라를 포함한 제반 환경이 갖춰지고 나서야 본격적인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북한산이 몰려온다면

 

통일이 되더라도 북한 주민의 소비력이 확 올라갈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상황. 이 때 물류 관점에서 쉽게 예상되는 전개는 북한산 건강식품이나 식재료, 특산물 등이 다양한 유통채널로 남한으로 유입되는 것이다.(비단 통일이 되지 않더라도 남북 경협이 가속화되면 예측할 수 있는 시나리오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는 물류센터 입지 선정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물류부동산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남한에서 물류센터 입지로 각광받는 지역은 ‘김포’, ‘용인’, ‘동탄’ 등지다. 접근성, 도로망, 인구, 임대료 등을 고려했을 때 그만한 곳이 없다는 설명이다. 우정하 세빌스코리아 물류유통서비스팀 부장은 “상품의 이동 시간이 길어질수록 물류비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며 “김포, 용인, 동탄과 같은 지역들은 모두 수도권 유통망과 가까운 곳으로, 같은 지역이라 하더라도 변두리가 아닌 서울과 가까운 곳이 인기가 높다”고 전했다.

 

김포를 예시로 살펴보자. 김포는 인천공항, 김포공항, 인천항 등 항공·해운 허브와 모두 가깝게 위치한 도시다. 김포의 대표적인 물류단지인 고촌물류단지는 서울 외곽순환고속도로, 올림픽대로와 인접해있기에 육로와의 연결성도 좋다. 실제 신세계의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인 ‘이마트몰 네오’와 970억 원 규모의 자금이 투하돼 만들어진 롯데마트몰 김포센터가 김포에 위치해 있다.

 

통일 시나리오를 가정하여 북한산 제품이 남한으로 다량 유입되면, 같은 이유로 지금보다 북한에 인접한 지역, 특히 남한의 수도권과 북한의 평양 사이에 허브 물류센터를 짓고자 하는 니즈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 우 부장의 설명이다.

▲ 남북 접경지역은 이제껏 군사시설보호라는 규제에 묶여 개발되지 못했다. 기초자치단체별로 보면 파주시는 전체 행정구역의 90%, 김포는 80%, 연천은 97%가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북한 접경 물류센터, ‘기다리면’ 뜬다?

 

실제로 올해 11년 만에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고,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도 개최되는 등 남북 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북한 접경 지역의 부동산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솟구치는 부동산 가격이 증명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5월) 파주시 지가변동률은 지난해(2.8%)보다 높은 4%를 기록했고, 같은 기간 연천군(2.6%), 포천군(1%), 동두천(0.9%)의 땅값 역시 일제히 상승했다.

 

이에 남한 지자체는 통일과 관련된 물류부문 투자계획을 구상, 발표하고 있다. 파주시는 ‘통일경제특구’ 구상안을 내놓으며 다른 지자체보다 적극적으로 통일 브랜드를 선점하려는 모습이다. 해당 구상안은 남북경제협력단지와 남북교류 거점도시를 조성하여 물류산업을 특화하고, 산업물류 관련 시설을 유치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파주시는 여기에 더해 지난해 11월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A 노선 연장 예비 타당성 조사가 통과돼 서울에 대한 접근성도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연천의 경우, 접근성 향상을 위해 경원선 전철연장(동두천~연천역) 사업을 2019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현재 국도3호선(연천~신탄리) 확·포장공사, 국도3호선(상패~청산) 대체 우회도로 개설, 국도 37호선(적성~전곡) 확·포장 공사도 진행하고 있다.

 

남북 접경지 부동산에 대한 기대가 올라가며, 물류 부동산에 대한 문의도 늘어났다고 한다. 우 부장은 “최근 파주(적성), 연천(전곡)의 북한과 인접한 지역의 유통센터 부지 매각이 가능한지 묻는 문의를 자주 받았다”고 전했다.

▲ 우정하 세빌스코리아 물류·유통서비스팀 부장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접경지가 물류 부동산으로 가치를 인정받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복수 관계자의 반응이다. 남북 화해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단기간 내에 물류센터를 구축할만한 물량이나 인프라와 같은 조건을 구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북한의 우발적인 도발과 같이 예측할 수 없는 정치적 이유로 남북의 화해무드가 언제 냉담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컸다.

 

우 부장은 “현재 지속적으로 들어오는 문의는 대부분 ‘매각’과 관련된 것인데, 그에 반해 매입 문의는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접경지역) 물류 부동산 투자는 5년, 10년 뒤를 생각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없어서’ 못 사는 인천항 물류센터?

 

이 와중 남북관계 개선 이후 없어서 못 사는 남한의 물류센터 입지가 있다고 해 화제다. 바로 ‘인천’이다. 업계 한 관계자의 제보에 따르면 두 달 전까지만 해도 매각 물망에 올랐던 물류센터 물량이 지난 6월 말을 기준으로 순식간에 들어갔다고 한다. 제보자는 “앞서 6~7개월 동안 물류센터 매각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남북 관계개선 이슈가 부상한 이후 한 달 만인 지난 6월 판매자측 의견으로 해당 프로젝트가 중단됐다”고 전했다. 그는 “외부 이슈로 인해 장기 프로젝트가 한 순간에 중단된 것은 개인적으로 처음이라 당황스럽다”며 “그만큼 부동산 시장이 통일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항은 남한의 항만 중 북한과 가까우면서, 부산항에 이어 국내 2위의 물동량을 자랑하는 대형 항만이다. 인천에서 북한 연평도까지는 선박으로 불과 1~2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공로운송보다 더 많은 물량을 한 번에 실어나를 수 있어서 특히 자원 수송에 유리하다. 동시에 중국 산둥반도와도 가까워 중국과 교역에도 강점을 갖고 있다는 설명이다.

 

사실 그래서 인천항 인근에는 통일 이슈가 떠오르기 전에도 물류센터 매각·매입 거래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었다고 한다. 전자상거래 수출량이 늘어나고 한중 FTA 체결 이후 중국산 상품이 국내에 많이 유입되면서 인천항 인근의 물류센터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반면, 인천항 인근의 물류센터 공급은 부족했다. 인천항은 2008년 아암물류 1단지, 2012년 북방 배후단지 이후 추가적인 배후 물류단지 공급을 하지 않았다. 이에 인천항은 올해 12월부터 전자상거래 및 냉동·냉장물류에 특화된 배후단지를 단계적으로 공급한다고 한다. 이어 17만㎡ 규모의 인천 북항 북측 배후단지를 년 말 준공 예정이다. 인천 남항 아암물류 2단지 역시 2025년까지 순차적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통일 시나리오를 가정하면 인천항은 서해 중추 항만으로 그 중요도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항만공사에 따르면 남북통일과 한중 항로 개방이 이뤄진다면 2050년 인천항 컨테이너 물동량이 700만 TEU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인천항 자체 물류 경쟁력 제고뿐만 아니라 북한의 주요 항구들과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맥락의 다양한 방법론이 제시되고 있다. 특히 평양, 원산, 개성 삼각지대의 배후항만인 남포항, 해주항과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 6월 열린 남북경제협력 관련 세미나에서 정태원 성결대 물류학과 교수는 “인천항과 남포항·해주항 간 직항로가 개설되야 하며, 인천항과 인천공항을 연계한 대북 물류워크 구축도 고민해야 한다”며 “인천 신항 배후 물류단지에 남북 공동물류센터 건립을 검토할 필요성도 있다”고 전했다.

 

북한에서는 여기가 뜬다!

 

그렇다면 한반도 통일 시나리오에서 주목할 만한 북한 지역의 물류 거점은 어디가 있을까. 국토연구원 등의 연구기관을 비롯한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남포, 신의주, 나선, 청진, 원산 5개 도시가 남북협력 측면에서 개발의 우선순위가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해당 도시들은 수요변화나 해외 접근성 측면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지는 곳들이다. 특히 신의주, 나선, 원산 3개 도시는 물류 및 가공산업 중심의 발전모형에 적합할 것으로 예상된다.

▲ 주목받는 북한의 물류입지는 ‘대륙철도’ 연계와 깊은 관련이 있다.

 

▲ 북한 5개 거점도시의 교통 및 인프라 현황

 

북진(北進)의 문 열리나

 

이들이 주요 물류 거점으로 꼽히는 배경에는 북방물류가 있다. 북한은 중공업 및 장거리 대량화물 수송이 용이한 철도 중심의 교통 체계를 보유하고 있다. 남북한의 철도와 시베리아 대륙횡단철도(TSR), 중국횡단철도(TCR), 몽골횡단철도(TMR)가 만나 한반도와 유라시아 대륙과 연결된다면 한국의 물류경쟁력 제고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

 

성원용 북방경제협력위 위원은 지난달 열린 ‘북방물류 활성화 정책 토론회’에서 “현재 철도, 가스, 동북아 슈퍼그리드(국가 간 전력망 연결체계) 등의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며 “하지만 그중 단기간 내에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는 부문은 철도”라고 전했다.

 

현재 한국의 수출입물류 대부분은 해운을 통해 진행되고 있다. 만약 북한을 거친 철도운송이 가능해지면 유럽향 원스톱 운송이 가능해져 해상운송과 항공운송 사이의 중간 단계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실제로 현대글로비스, CJ대한통운 등 종합물류기업들은 이미 TSR, TCR을 활용한 복합운송을 이용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의 경우, 현재 TCR과 TSR을 통해 현대차 러시아공장, 현대제철 러시아법인으로 나가는 물량을 수송하고 있는데, 그 물동량은 연간 26만 TEU 정도다. 구형준 현대글로비스 물류사업본부장은 “해상운송의 경우 해운사고나 기상의 문제로 리드 타임이 길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대체루트 확보 차원에서 철도를 이용하게 됐다”며 “TSR을 이용할 경우 해상운송에 비해 운송 기간이 절반 정도로 단축되며, 운송비는 항공운송 대비 4분의 1정도로 낮은 편”이라 말했다.

 

CJ대한통운 역시 유럽향 물류에 대해 해상운송과 항공운송 사이의 선택지로 철도운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중국에서 출발해 TSR, TCR 노선을 통해 유럽으로 향하는 CJ대한통운의 유라시아브릿지서비스(EABS)의 경우, 해상운송에 비해 운송비는 두 배 정도 비싸지만, 소요되는 시간은 기존 35~40일에서 14~18일 정도로 크게 단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현재 남한에서 출발한 철도가 TSR, TCR까지 연결되기 위해선 단절돼 있는 경의선 고속도로와 동해선 철도가 연결될 필요가 있다. 동해선의 경우 현재 단절된 구간은 강원도 강릉~속초~제진 구간(104km)으로, 해당 구간만 복원된다면 부산에서 나선(나진·선봉)을 거쳐 TSR로 연결될 수 있다. 경의선 고속도로는 파주에서 개성으로 이어져, 개성부터는 평부선, 평의선을 거쳐 TCR과 연결된다.

 

지난 6월, 국제철도협력기구(OSJD)가 남한의 회원국 가입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남북 간 철도협력이 본격화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이어서 정부는 지난달 북측을 방문해 경의선과 동해선의 현지 공동조사를 진행했으며, 이를 토대로 올해 하반기에 관련 기본계획 수립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임예리 기자

三人行,必有我师。 페이쓰북 / 이메일: yeri@clo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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