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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점보다 경유지가 더 비싸다...동서울발 양양행 고속버스 요금의 비밀

by 송영조 기자

2018년 09월 07일

서울양양고속도로 개통 이후 양양행 버스 요금 인하됐는데
도착지 양양 보다 인제 경유지 요금이 더 비싼 이유는 왜?

지난해 유월, 총 길이 150.2km의 서울양양고속도로가 개통했습니다. 동서울터미널에서 양양까지 국도로 달리던 일부 고속버스도 서울양양고속도로를 이용하게 되었는데요, 이동 시간이 기존 대비 한 시간 줄어든 만큼 고속버스 요금도 18,300원(2014년 2월 기준)에서 11,100원으로 7,200원 인하되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눈여겨볼 점이 있습니다. 고속도로를 이용하지 않는 기존 노선의 양양행 요금도 같이 인하된 것인데요, 중간 경유지인 한계령까지 가는 요금은 그대로 16,500원입니다. 서울에서 거리상 더 가까운 한계령까지 가는 요금이 노선의 종착지까지 가는 요금보다 5,400원이나 비싼 것입니다. 어쩌다가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승객 포기 못하는 운수업체의 선택

문제는 가격 경쟁력이었습니다. 동서울에서 양양까지 직행 노선을 운영하는 동해상사고속이 양양행 요금을 11,100원으로 책정하자, 금강고속 입장에서는 비록 고속도로를 달리지는 않지만 요금을 함께 인하할 수밖에 없던 것입니다. 양양으로 가는 손님들을 고스란히 경쟁 업체에 빼앗기게 생겼으니 내놓은 궁여지책인 셈입니다. 금강고속 관계자는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운송 단가가 1km당 60원인데, 국도로 달리면 100원"이라며 구불구불한 국도 고갯길을 달려서 이동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고, 연비까지 떨어지기 때문에 단가 차이는 필연적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렇다고 동해상사고속에서 부당한 가격을 책정한 것은 아닙니다. 고속버스 요금은 노선의 운행 거리를 실측해서 관할 지역으로부터 공식적으로 허가를 받아 책정되기 때문입니다. 동해상사고속 관계자는 "고속버스 요금을 실제보다 높여서 받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낮춰서 받는 것은 가능하다"며 "경쟁 업체가 가격 경쟁력 문제로 요금을 낮춰서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경유지까지 가는 요금이 '더 비싼' 게 아니라, 직행 요금에 맞춘 최종 목적지행 요금이 책정된 요금보다 더 저렴하다는 겁니다.

요금 체계 허점 파고든 '얌체 승객'들

진짜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이런 고속버스 요금 체계의 허점을 역으로 이용하는 '얌체 승객'들입니다. 양양까지 가는 표를 저렴한 가격에 사서 중간 경유지에서 내려 몇천 원씩 돈을 덜 내고 버스를 타는 것입니다. 동서울터미널에서 양양 직전에 있는 오색 정류장까지 가는 요금은 17,600원입니다. 승객 입장에서는 최대 6,500원이나 부당하게 요금을 아낄 수 있는 셈입니다.

이는 비단 양양행 버스만 안고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현재 동서울터미널에서 홍천행 버스를 타고 1시간 40분 소요되는 양덕원 정류소까지 가려면 성인 기준 9,300원을 지불해야 합니다. 양덕원에서 10분 더 가면 도착하는 홍천행 요금은 6,600원입니다. 운수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양덕원에서 내리는 승객들이 단체로 홍천행 표를 끊고 버스를 타다가 크게 망신을 당한 적도 있다고 합니다.

승객의 양심에 호소하는 운수회사들

한 운수업체 관계자는 관련 이슈에 대해 현재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기자가 승객들이 내릴 때마다 표를 검사하면 되지 않느냐고 묻자 운수업계 관계자는 "항상 기사님들께 승객의 표를 확인해달라고 이야기는 하지만, 몇 시간씩 운전하는 기사님 입장에서 일일이 표를 검사한다는 게 번거로워서 제대로 관리가 안 되는 게 현실"이라고 전했습니다.

같은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 양양행 요금을 다시 올릴까도 생각해봤지만, 가격 경쟁력에서 뒤처진다는 이유로 현지 영업소에서 반대하고 있다"며 "아직까지는 소수의 사람들로 인해 손해를 보더라도 일단 손님을 더 많이 끌어오는 게 중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답했습니다.

서울양양고속도로가 개통하기 전부터 시작된 업체의 고민은 그로부터 1년도 더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었습니다.기자가 신분을 밝히지 않고 '싸게 표를 끊고 가면 되는 거 아니냐'고 이야기하자 운수회사 관계자는 "제발 그러지 마시라"며 난처한 웃음을 지었습니다. 승객의 양심에 호소하는 운수회사 관계자의 목소리가 과연 '얌체 승객'의 마음에 닿을 수 있을까요?



송영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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