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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배송의 원조, 고속버스 택배로 추석 선물을 보냈다

by 신승윤 기자

2018년 09월 21일

명절 연휴 등 택배 대란에도 빛 발하는 '당일배송'의 원조 

퀵 연계배송으로 집앞 배송까지, 카드결제 '사절' 개선돼야

 

대중교통 활용한 '공유물류' 모델...택시, 시내(광역)버스는 왜 안될까  

접수, 요금 등 모든 업무 수기로 처리...위치추적 등 서비스 개선 여지 많아   

 

글. CLO 신승윤 기자

 

명절 연휴 때마다 반복되는 택배 대란. 그 가운데 성황을 이루는 또 다른 소화물 배송 서비스가 존재한다. 바로 ‘고속버스 택배’다. 고속버스 택배는 화물차를 이용한 일반 택배와 달리, 일정 노선을 따라 운행하는 고속버스를 이용한 배송 서비스다. 수십 년 전부터 암암리에 진행되어 오다, 2014년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의 개정을 통해 정식 서비스화 됐다.

 

여객자동차 중에서도 노선 여객자동차로 구분되는 고속버스는 우편물, 신문, 여객의 휴대 화물 외에 신선도 유지가 필요한 농‧축산물 등 신속히 운송해야 할 필요가 있는 물품*을 배송할 수 있다. 물품 발송과 수령은 모두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이뤄진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부산으로 물품을 보낼 경우,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을 방문해 발송을 신청해야 한다. 이후 서울-부산 노선 고속버스에 물품을 싣고 이동, 최종적으로 부산고속터미널에서 수령할 수 있다.

*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18조 제1항 / 시행규칙 <개정 2018. 2. 12.>

 

고속버스 택배는 정해진 고속버스 노선에 따라 진행된다. 때문에 정해진 출발‧도착시간에 맞춰 물품을 발송 및 수령할 수 있다. 또한 일반 화물차 택배와 달리 물품의 집하, 분류 작업을 필요로 하지 않기에 당일배송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명절 연휴 기간에는 화물차 택배의 폭발적 수요 증가로 인해 서비스 이용이 원활하지 않은 반면, 고속버스 택배의 경우 오히려 노선이 증가해 보다 원활한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터미널 소화물 취급소를 찾다

 

▲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소화물 취급소로 가는 길

 

고속버스 택배를 직접 체험해보기 위해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소화물 취급소를 방문했다. 터미널 곳곳에 위치한 안내 표지판을 따라가면 쉽게 찾을 수 있다. 도착한 수화물 취급소는 매우 붐비는 상태였다. 물품을 발송, 수령하려는 시민들과 더불어 수십 명의 퀵서비스 기사들로 발 디딜 틈 없었다. 직원 안내에 따라 순서대로 택배 접수를 진행했다.

▲ 소화물 취급소 내부. 이용객들이 줄기까지 한참을 기다려서야 사진을 촬영할 수 있었다.

 

먼저 발송 물품의 무게를 책정했다. 무게 및 이동 거리에 따라 요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책정한 물품 무게는 택배 신청서를 작성하며 함께 기록하면 된다. 신청서 작성을 마치면 택배 물품과 함께 창구로 이동해 접수 및 요금 지불을 마쳐야 한다. 이때 보내려는 물품이 고속버스 노선 중 몇 시에 출발 및 도착하는 차량인지 확인할 수 있다. 교통 사정에 따라 오차는 존재하나, 택배 도착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 접수 안내표에 따라 접수증 작성 등 차례대로 절차를 밟으면 된다.

 

▲ 물품 무게 및 택배 이동거리에 따른 요금표

 

다만 우체국 택배와 달리, 소화물 취급소에는 박스 등 물품 포장을 위한 별도의 비품은 구비돼 있지 않다. 물품을 고정할 수 있는 테이프 정도가 전부다. 때문에 절대 다수의 이용객들이 사전에 박스 또는 스티로폼 포장을 마친 상태로 물품을 가져왔다. 이는 숨 가쁘게 돌아가는 소화물 취급소의 업무 처리 속도를 높여주는 한편, 포장 내부에 어떤 물품이 들어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 택배 접수창구에서는 내부 물품이 어떤 것인지 구두로만 확인할 뿐, 별도의 검사 절차는 없었다.

▲ 소화물 취급소 홈페이지에 명시된 취급품목. 그러나 별도의 검사 절차는 없다.

 

접수를 마친 물품은 발부된 송장을 부착한 채 롤러를 타고서 곧바로 물품 상‧하차장으로 이동한다. 고속버스들은 승객들을 만나기 전 이곳에서 택배 물품들을 먼저 싣는다. 이후 승차장으로 이동해 승객들을 태운 뒤 최종 목적지로 출발한다. 그 가운데 택배 물품용 공간과 승객들이 가져온 소화물(가방, 캐리어 등)을 실을 수 있는 공간을 분리해 둔다. 대부분 버스 운행방향 기준 왼쪽 짐칸에 택배 물품을, 오른쪽 짐칸에 승객 물품을 싣는다.

택배 접수를 마치고 상‧하차장으로 이동하는 물품. 겉 부분에 스티커로 된 송장을 부착한다.

 

퀵서비스와의 연계배송

 

물품을 발송한 후에 찾은 곳은 소화물 취급소 내 택배 ‘퀵 접수처’다. 이곳에서는 고속버스 택배와 퀵서비스의 연계배송을 신청할 수 있다. 택배 발송 후 배송지 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한 물품을 현지 퀵서비스 기사가 직접 수령해 최종 목적지까지 연계배송 하는 서비스다.

▲ 소화물 취급소 내부에 퀵 접수처 사무실이 별도로 마련돼 있다.

 

해당 연계배송 서비스는 물품의 발송이나 수령, 또는 두 가지 모두를 신청할 수 있다. 가정에서 연계배송을 신청하면 퀵서비스 기사가 가정을 방문해 물품을 수령, 고속버스터미널까지 운반한 후 택배 접수를 직접 진행한다. 이후 고속버스를 통해 배송을 마치면, 현지 터미널에서 대기하고 있던 또 다른 퀵서비스 기사가 물품을 대리 수령한 뒤 최종 목적지로 운반한다. 즉 [고객A] → [퀵서비스A] → [고속버스 택배] → [퀵서비스B] → [고객B] 로 이어지는 연계배송이 가능한 것이다.

▲ 소화물 취급소 안팎으로 퀵서비스 기사님들이 무수히 왕래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각지 고속버스터미널에 자리 잡은 퀵서비스 업체들은 서로 간에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배송 출발지에서 연계배송 신청을 받으면, 도착지 퀵서비스 업체를 대신해 접수 및 요금 결제까지 마친다. 이후 고속버스 택배 영수증, 퀵서비스 영수증, 최종 목적지 세 가지를 사진 촬영해 도착지 퀵서비스 업체에 전송한다. 요금의 경우 수수료를 제외한 나머지 비용을 이체하는 식이다. 놀라운 것은 이 모든 과정이 수기로 처리된다는 점이다. 끊임없이 밀려오는 주문접수와 전화에 오직 펜과 종이로 업무를 처리하며, 요금은 철저히 현금으로만 결제 가능하다.

▲ 모든 서비스 내역을 수기로 처리하는 모습. 퀵서비스 연계배송 요금은 택시 요금 1만 원 거리 기준, 일반요금 2만 원, 야간요금 3만 원이었다.

 

무사히 도착하다

 

야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배송은 아무런 사고 없이 무사히 이뤄졌다. 다만 화물차 택배 서비스와 달리 배송 후 안내문자 등은 받아볼 수 없었다. 최종 수령자에게 연락해 물품 배송 결과를 확인하는 방법뿐이었다. 이 같은 세부적인 서비스 부족과 상대적으로 비싼 요금에도 불구하고, 고속버스 택배만이 가진 장점이 분명 존재해 다수의 시민들이 이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고속버스, 시외버스 택배의 합법화 사례처럼 향후 시내버스, 택시 등 또 다른 물류 서비스의 등장 또한 기대해 본다. 

▲ 터미널에 도착한 고속버스에서 물품을 하차하는 모습, 참고로 버스 왼쪽 짐칸은 택배 물품, 오른쪽 짐칸은 여객 물품을 분리해 싣는다.



신승윤 기자


'물류'라는 연결고리 / 제보 : ssym232@clo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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