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설창민의 벼랑끝 SCM] 빼빼로 입에 물고 공급망 관리

by 설창민

2019년 04월 18일

글. 설창민 SCM 칼럼리스트

 

‘스카이캐슬’을 통해 바라본 공급망 관리

얼마 전 종영한 JTBC 드라마 ‘스카이캐슬’이 우리 사회에 던진 화두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진위여부는 알 수 없지만, 학교생활기록부 종합 전형, 줄여서 학종을 위해 입시 코디네이터들은 이상적인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를 미리 구상해 학생들을 그 틀에 맞춰 준비하도록 한다. 성적이 낮은 과목의 경우 최고의 학원 강사를 연결하여 해당 과목의 성적을 높여 준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학생부를 조작하거나 독서감상문을 대필해주기도 한다.  

 

앞 문단을 다시 읽어보시라. 입시 코디네이터가 하는 일은 제조업체의 수요예측과 다를 것 없다. 학생부에 들어갈 내용을 정해 놓고 어렸을 때부터 준비하는 과정이 생산계획과 공급계획을 만드는 기본 기술인 ‘Backward Scheduling’과 매우 닮아 있다. 성적이 낮은 과목의 경우 최고의 학원 강사를 붙여 주듯, 수요예측 대비 저조한 판매 현황에 관해 집중적인 판촉활동을 시행한다. 그나마 드라마에서는 입시 코디네이터가 자기를 전적으로 믿어 달라고 하고, 학생의 부모는 그저 열심히 그를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제조업과 유통업의 수요예측은 전적으로 믿을 사람도 없고, 따라갈 수도 없다. 입시 코디네이터와 기업의 수요예측 중 누가 더 국가경제에 많이 기여할 지 답은 분명한데 세상은 애써 외면한다.

 

빼빼로 입에 물고 공급망 관리

빼빼로는 롯데제과가 지난 1983년 출시한 장수 과자로 최근 몇 년간 1천억 원 안팎의 매출을 올려 왔다. 빼빼로 데이가 있는 11월의 매출은 1년 전체 매출의 50~60% 가량을 차지한다. 17년도 빼빼로 매출이 950억 원이었는데, 그 중 빼빼로 데이 시즌 매출은 538억 원이었다. 전체 매출액의 약 57%가 11월 한 달에 팔린 것이다. 그러다 보니 빼빼로 데이 단 하루의 매출이 한 해 전체 매출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친다. 이미 매출이 늘어날 것을 알고 수요예측을 할 때는 매출을 저해할 수 있는 요소를 살펴보고 해당 데이터를 수요예측에 반영해야 한다. 만일 기업의 목표와 시장에 대한 현실 및 통찰력을 균형 있게 반영하지 못한다면 시장은 불황인데, 목표가 높아 수요예측이 왜곡될 수 있으며, 역으로 시장은 호황인데, 목표가 낮아 판매 기회를 놓칠 우려가 있다.

 

2011년으로 돌아가 보자. 2011년은 이른바 ‘밀레니엄 빼빼로 데이’라 불린다. 2011년 11월 11일이라는 100년에 한 번 나오는 1이 여섯 번 등장하는 날이었다. 게다가 금요일이었다. 빼빼로 데이의 롯데제과는 기록적인 매출을 올렸다. 그리고 2012년이 되었다. 2011년과 비교해서 다른 점이 많았다.

 

첫째, 2012년의 빼빼로 데이는 일요일이었다. 빼빼로 데이는 대체로 학생과 직장인 등이 관심을 갖는다. 빼빼로 데이가 주말인 경우, 빼빼로를 구매하여 서로 나눠주는 사람이 그만큼 줄어든다고 해석할 수 있다.  

 

둘째,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적용되었다. 2012년 3월 유통산업발전법이 개정되면서 대형마트가 매월 둘째주와 넷째주 법정휴무일이 정해졌다. 2012년 11월 11일은 일요일 이였으며, 법정 휴무일이 적용되는 둘째주 일요일이었다. 즉, 대형마트가 쉬는 날에도 빼빼로 데이에 관한 판촉이 이뤄져야 해야 했다.

 

셋째, 서울과 수도권에 비가 왔다. 빼빼로는 주로 편의점과 대형마트에서 팔린다. 그런데 비를 피해가며 편하게 쇼핑할 수 있는 대형마트는 무조건 쉬어야 했고, 비 오는 날 비 사이를 뚫고 빼빼로를 사러 갈 사람 몇이나 되었을까?

 

2012년 대비 2011년의 빼빼로 데이 매출은 점차 감소해, 당시 뉴스는 “편의점 기준 2011년 대비 80% 정도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당시 세븐일레븐의 목표는 전년 대비 10% 증가, 실적은 전년 대비 20% 감소였으며, 시장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목표가 아니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 결과 당시 빼빼로 데이가 끝나고도 2+1 행사를 지속했으며, 임직원을 대상으로 판매를 강요했다는 얘기도 들렸다. 편의점 과자 매대 한 줄을 다 차지하고 있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2012년 롯데제과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시장 불황으로 대부분의 제과 업계가 좋지 않은 실적을 보였다. 이는 보탬은 못 되고 부담만 늘린 셈이 되었다.

 

그럼 2013년은 어땠을까? 2013년 빼빼로 데이는 월요일이었다. 평일이니까 학생과 직장인의 수요가 살아날 수 있다는 가정하에 필자는 2013년은 2012년보다는 조금 나아질 거라고 생각했다. 필자의 상상은 현실이 되었다.

 

2018년 빼빼로 매출은 어땠을까?

이러한 트렌드를 2017년까지 추적을 통한 결과를 2018년 연간 빼빼로 매출을 추측하기 위한 선행지표로 볼 수 있을까? 빼빼로 데이 매출이 요일, 날씨 등의 영향을 받으며, 빼빼로 데이 당일 매출이 전체 매출의 약 50~60%라고 했으니, 잘만 하면 상관관계를 통해 추측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 글을 읽을 때쯤 이미 롯데제과 실적이 나와 있을 것이라 부담스럽지만 그래도 해 보자. 먼저 연간 빼빼로 매출과 빼빼로 데이 요일을 아래와 같이 표시해 보자.

 

▲ 2010년~2017년 연간 빼빼로 매출과 빼빼로 데이 요일 비교

 

매출을 종속변수로 놓고 요일을 영향 인자, 즉 독립변수로 놓으려면 요일을 숫자로 변환해야 한다. 빼빼로 데이가 주중이었는지 주말이었는지, 금요일이었는지 아닌지, 일요일이었는지 아닌지가 대체로 중요해 보인다. 위의 표를 보면 빼빼로 데이가 금요일이었을 때 매출이 좋았다. 주중일 때도 나쁘지 않았다. 일요일은 딱 한 번 있었는데 이 또한 좋지 않았으며, 작년에도 일요일이었기 때문에 매출이 좋지 않았다.

 

먼저 주중이었으면 1, 아니면 0으로 표시한다. 일요일 여부는 일요일이었으면 -1, 일요일이 아니었으면 0으로 표시해 보자 (일요일은 나쁜 영향을 주니까 음수를 적용했다) 마찬가지로 금요일이었으면 1, 아니었으면 0으로 표시한다. 예를 들어, 2011년 밀레니엄 빼빼로 데이는 금요일이었다. 주중 여부 1, 금요일 여부 1, 일요일 여부 0이다. 전부 더하면 2가 된다. 2013년 빼빼로 데이는 월요일이었다. 주중 여부 1, 금요일 여부 0, 일요일 여부 0이므로 전부 더하면 1이 된다. 주중이면서 금요일이면, 빼빼로 데이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짐에 따라 가중치를 부여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 요일을 주중, 금요일, 일요일 여부로 숫자로 변환하고 종합점수 계산

 

빼빼로는 기호품으로서, 편의점에서 비교적 많이 팔리는 물건이다. 지금까지 빼빼로 데이 매출에 대한 보도는 늘 편의점에서 나왔다. 편의점은 실시간으로 매출을 집계할 수 있고, 일요일에도 쉬지 않는다. 요즘처럼 편의점이 어느 동네에나 다 있으면 편의점 점포의 수가 빼빼로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한국 편의점산업협회 통계자료를 참고해 연간 편의점 매장 수를 종속변수에 추가했다.

 

▲ 편의점 점포 수 추가 (한국 편의점산업협회 통계자료 인용)

 

자 이제 데이터는 준비되었다. 먼저 주중, 금요일, 일요일, 종합점수, 점포 수와 빼빼로 매출과의 상관관계를 구해 보자. 아래 보는 것처럼 빼빼로 매출과 요일 변수를 합친 값과의 상관관계는 0.59, 사실 그리 높은 것은 아니다. 대략 0.7 ~ 0.8정도는 되야 통계적 유의성을 찾아 볼 수 있다.  그러나 0.59의 제곱 값인 0.3467은 나머지 0.65만큼은 요일을 제외한 다른 변수로 설명해야 한다는 결과로 해석 될 수 있다.

 

▲ 빼빼로 매출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와 빼빼로 매출과의 상관관계

 

그렇다면 요일 변수를 제외하고 그 다음으로 설득력이 높은 점포 수를 합쳐 보면 어떨까? 2010년 당시 편의점 점포 수를 1로 놓고 나머지 연도의 점포 수를 환산해 보자. 예를 들어 2011년 점포 수는 21,221개. 2010년 16,937개. 2010년 점포 수가 1이라면 2011년은 1 + (21,211 – 16,937) / 16.937 = 1.25 가 된다.

 

▲ 편의점 점포 수를 1에 유사한 숫자로 변환 (2010년 점포 수를 1로 간주)

 

종합 점수와 환산한 점포 수를 합쳐 보자. 예를 들어 2012년은 빼빼로 데이가 일요일이었으므로주중 여부는 0, 금요일 여부 0, 일요일 여부 -1, 종합점수는 -1, 그리고 점포 수는 1.45. 따라서 종합 점수는 0.45다. 이렇게 해서 하나의 변수가 탄생한다.

 

▲ 빼빼로 매출과 종합 변수 (요일 변수 + 편의점 점포 수)

 

자 이제 종합 변수를 X축에 놓고 빼빼로 매출을 Y축에 놓은 후 분산표를 그려 보면 아래와 같다. 요일 변수의 합산 값이 갖고 있던 상관관계의 제곱은 0.3467. 그러나 아래를 보면 0.5746으로 훨씬 낮다. 이 경향을 직선으로 나타낸 것을 추세선이라고 하는데, 추세선을 그려 보니 아래와 같은 방정식이 나왔다. 저 방정식에 2018년 변수를 대입해 보자.

 

▲ 빼빼로 매출과 종합 변수 분산표

 

68.692 X 2018년 종합변수 1.43 + 798 = 896. 즉 약 900억 원의 매출이 예상된다. 뉴스 및 신문기사는 2018년 빼빼로 매출이 2017년 대비 저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인터넷매체는 CU(씨유)가 2018년 11월 1일부터 11일까지 '빼빼로' 제품 매출을 집계한 결과,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에 그쳤고, GS25 역시 같은 기간 동안 빼빼로 매출이 2.8% 신장에 그쳤다고 보도했다. 세븐일레븐 역시 3.6% 증가세에 머물렀다. 2012년 당시 편의점의 빼빼로 데이 매출이 2011년 대비 10~20% 정도 낮았고, 연간 빼빼로 매출은 2011년 대비 15% 낮았다. 즉, 작년 빼빼로 매출은 900억 ~ 950억 정도가 아니었을까 추측해 볼 수 있다.

 

지난 2012년처럼 빼빼로가 너무 많이 남아 2+1 행사를 지속하는 일은 다행히도 없어졌다. 필자도 행사가 지나면 싸게 나올 거라고 생각하고 편의점 갔다가 허탕을 친 경험이 있다. 하지만 필자는 그만큼 수요예측에 관해 신경을 쓰고 있고, 과거에 비해 재고가 많이 남는 일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믿고 싶다.

 

이 글을 쓰던 도중 흥미로운 뉴스를 하나 더 읽었다. 최근 전지현씨가 출연한 광고로 유명한 ‘마켓컬리’가 광고 이후 주문 폭주로 고생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수요예측을 통해 미리 신선식품을 매입하여 다음날 새벽에 배송하는 비즈니스 모델인데, 수요예측을 해도 주문이 더 많이 들어온다는 뜻이리라. 이러한 상황은 롯데제과의 사례처럼 비교적 평이하게 흘러가는 시장, 즉 내수에 명확한 유통망과 계절 변동성을 가진 시장에서 상황을 잘 읽어야 하는 상황과는 엄연히 다르다. 마켓컬리처럼 신선식품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일반적인 제조업이라면 이런 수요예측 실패를 공급에서 대응해 줘야 할 때가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천천히 말씀드리겠다.

 



설창민

군 복무 전 우연히 하게 된 창고 알바를 계기로 물류에 입문, 아직 초심을 안 버리고 물류하고 살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 글을 쓸 때가 가장 행복해서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dcscully)를 운영하고 있고, 다양한 실무 경험으로 물류업계 종사자들의 삶과 애환을 독특한 시각과 필체로 써내려가는 것이 삶의 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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