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몹시 현실적인 Digital Transformation 전략 수립 가이드

by 설창민

2020년 02월 14일

물류 DT를 위해 필요한 인재, 그리고 기술은 어떤 모습일까

성공적 DT를 위한 필수 역량 2가지, '데이터' 그리고 '자동화'

 

글. 설창민 SCM 칼럼니스트

 

바야흐로 Digital Transformation, DT의 시대다. ICT 기술을 기반으로 한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맞아 많은 기업이 DT를 추진하고 있다. 관련 인력을 뽑는 구인공고도 많다. 마치 2000년대 초 크게 유행했던 IT 혁명을 연상케 한다.

 

하지만 아마존 등 선도기업들이 워낙 저 멀리 앞서가 버렸기 때문인지, 처음부터 선도기업 출신 경력자를 뽑는 공고가 유난히 많다. 노골적으로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출신만 채용하겠다는 기업도있고, 컨설팅 경력자(2000년대 초 IT 혁명 때 컨설팅 경력자들이 대거 기업으로 진출해 기업의 IT 추진을 주도한 역사가 있다)만 뽑겠다는 기업이 대다수다.

 

DT 프로젝트 구성원 찾기

 

한 사람의 인재가 수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말이 있다. 기술을 선도해서 시장을 장악해야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연구개발 분야라면 우수한 ‘기술’ 인재가 수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명제는 분명히 맞다. 하지만 다수의 이해 관계자와 의견일치를 이루고, 업무 하나하나를 집요하게 추적해서 획기적으로 프로세스를 전환해야 하는 DT 분야에서 우수한 ‘DT' 인재 하나가 수만 명이 신나게 일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과연 만들 수 있을까? 답은 독자 여러분도 잘 아실 것이다. 못 만든다. 피겨에서는 김연아 선수 개인 능력으로 대회 3~4연패도 문제없겠지만, 야구에서는 류현진 선수 혼자 잘 던진다고 3~4연승을 올릴 수 없다. 요컨대, 프로세스는 인재가 아니라 ‘사내 분위기’가 만든다.


디지털 리테일 컨설팅 그룹에서 기관별 Digital Transformation의 정의를 잘 정리해 놓았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모두가 ‘변화’를 말한다. 즉 ‘변화’이기 때문에 소수의 우수한 ‘DT 인재’가 아닌, 변화에 대한 의지를 가진 다수의 구성원 전체가 DT를 만든다. 높은 연봉을 주고 우수한 DT 인재를 영입해도, DT 인재가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받아낼 수 있을지, 정말 독자 여러분이 몸담은 기업의 현실을 가장 잘 반영한, 그리고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전략을 제시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보여주기식 보고가 필요하다면 경영진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주면 된다. 경영진이 시장 변화를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고 합리적인 선에서 뭐라도 투자하고 싶은데 방향을 못 잡는다면, 지금 당장 여러분이 몸담은 기업의 물류 및 공급망 관리 분야 직원들부터 찾아가자. 그 가운데 정말 변화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구성원들이 DT를 기획하고 추진해야 가장 좋다.

 

그렇다고 맨땅에 헤딩할 수 없으므로 DT를 제대로 실현하려면 최근 어떤 기술이 대두되고 있으며, 어떤 기술을 지금 바로 적용해 볼 수 있을지, 또는 미래에 적용해 볼 수 있을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준비했다. 이번 기고에서는 물류와 공급망 관리 분야에서 많이 참조하는 DHL의 Logistics Trend Radar에 기록된 기술을 놓고 과연 우리 현실에 적용해 볼 수 있을지 살펴보겠다.

▲ DHL의 Logistics Trend Radar(출처: www.dhl.com)

 

데이터 수집 및 분석 역량

 

DHL이 제시한 그래프는 기술 분야와 사회 및 비즈니스 측면으로 나눠 트렌드를 나열하되 5년 이내 트렌드가 될 분야와, 5년 이후 트렌드가 될 분야로 구분해 놓았다. DT 전략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단기적인 성과와 장기적인 전략을 모두 고려해야 하지만, 경영진은 무엇보다도 당장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가장 궁금해 한다. 어차피 해가 바뀌면 무슨 일이 벌어질 지 알 수도 없는데 장기적인 전략을 짜려고 너무 고민하지 말자. 당장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지금 우리가 못 하는 분야가 무엇인지, 지금 원가를 절감하고 서비스 수준을 높일 수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 찾고 나서 Logistics Trend Radar를 찾으면 장기 전략에 대한 해답이 나올 것이다.

 

우선 가까운 시일 내 트렌드가 될 기술을 보니 빅 데이터와 센서 기술이 보인다. 빅 데이터는 그래프 상에 나열된 모든 트렌드의 기본 인프라다. 그리고 이 빅 데이터를 만들어 내는 기본 인프라는 값싼 센서다. 다시 말해서 값싼 센서가 빅 데이터를 만들고, 그 빅 데이터는 다른 트렌드의 인프라가 된다. 가장 정성을 들여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업종에 따라서는 센서 없이 그 동안 쌓인 수많은 주문과 출하 등 Transaction 데이터들이 빅 데이터를 구성할 수도 있다.

 

어떤 것을 빅 데이터로 관리해야 할지는 말해주기 어렵다. 스스로 찾아야 한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빅 데이터는 통계적 분석을 위해 쌓아야 한다. 평소 사람의 판단에 한계가 분명했던, 매우 중요한 영역에 빅 데이터를 활용해야 한다. 가장 대표적으로 각종 예측을 들 수 있다. 이동평균, 지수평활, 회귀분석 등 통계적 수요예측을 활용해 보면 어떨까? 통계적 수요예측을 요즘 세상에 누가 믿냐고? 통계적 수요예측은 믿을 수 있기 때문에 쓴다기 보다는 정해진 시간 안에 더 많은 SKU의 수요를 예측하고, 그게 맞니 틀리니를 가리는 시간에 그 예측대로 실행하기 위해 필요하다. 물류에 도움을 주고자 한다면 주문량 예측도 해볼만하다. 예를 들어 주말이나 연휴, 또는 쇼핑 시즌에 얼마나 많은 주문이 들어올지 예측해 봐도 좋다. 고객과 납기약속을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재고 가용 정보는 확률분포의 영역이다. 예를 들어 수입상품 유통을 한다면 언제 통관이 되어 배송 가능한 상태가 될지 예측할 수 있다.

 

빅 데이터와 센서 기술의 활용도를 높이려면 자사가 아닌 파트너와 원활하게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실제 많은 기업에서 요즘 하도 DT, DT 하니까 뭔가 해 보고는 싶은데 파트너와 정보를 제대로 공유하지 못해서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부족한 이유로 손 못대는 분야가 많다. 예를 들어 공급업체의 재고 현황은 제조와 유통을 막론하고 모든 기업이 다 알고 싶어 한다. 그러나 공급업체의 IT 역량이 취약하면 공급업체는 자기 회사의 재고 정보도 제대로 공유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공급업체 또한 자신의 파트너로부터 완제품이나 부품을 공급받을 경우 파트너의 재고 정보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 재고 정보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원청이 발주를 했을 때 언제 조달 가능한지 확답을 줄 수 없다.

 

때문에 제대로 된 DT 전략을 짜고 싶다면 공급업체를 어떻게 개선할 지를 포함시켜야 한다. 선도기업일수록 직접 대면하는 공급업체뿐만 아니라, 그 공급업체의 공급업체까지도 공급망의 영역에 넣고 통합하려 한다. 클라우드 로지스틱스는 이럴 때 결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클라우드 환경으로 물류 시스템을 제공하면 이를 통해 전체 재고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 다만 공급업체가 클라우드 시스템마저 쓸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면 이를 교육을 통해 해결할 것인가, 아니면 투자를 연결해 줄 것인가 등과 관련된 내용도 보고서에 포함되어야 한다. 소규모 공급업체는 일반적으로 규제 대응과 정부 정책 변화에 둔감하다. 둔감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몰라서, 아무도 안 가르쳐 줘서 둔감하다. 요즘처럼 중소기업 지원 정책이 많을 때는 다른 사람이 편법으로 예산 타가기 전에 예산을 타내야 한다.

 

자동화 역량, 공장 or 사무

 

빅 데이터와 센서 기술로 파트너와 원활하게 정보를 공유하면 보다 유연한 공급망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유연한 공급망은 유연한 생산에서 나온다. 그리고 유연한 생산은 공장 자동화에서 나온다. 따라서 공장 자동화는 제조업체라면 놓쳐서는 안 되는 분야다. 여기서 말하는 자동화는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전사적자원관리)와 MES(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 제조실행시스템)를 갖추지 못한 중소기업에 이를 구축해 스마트공장을 추진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CNC(Computer Numerical Control)와 다기능 로봇을 활용한 진짜 공장 자동화를 말한다.

▲ 현장에서 활용하는 CNC 기기(사진: 기계로닷컴)

 

이 공장 자동화를 위해 사물인터넷이 들어간다. 따라서 투자비용은 지금까지 언급된 내용 중 가장 비싼 편이다. 수많은 설비가 표준화되어 있지 않으면 설비간 인터페이스 구현도 일이다. 아예 표준화된 인터페이스를 구현할 필요도 있다. 따라서 빅 데이터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파트너와 원활하게 정보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공장 자동화가 필요하니까 투자해야지 그게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구성원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보고해 보니 ‘공장 자동화는 안 합니까? 요새는 스마트 공장도 많이 하던데’라는 질문이 돌아온다면 모를까(이런 상황이라면 Top-Down으로 구성원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 '그거 하면 뭐가 좋아지는데?'라는 질문이 돌아오면 곤란하다. BMW의 사례처럼 공장 내 물류, 즉 공장 내 자재 입고, 자재 분류, 자재 조달 업무부터 해 보면 좋다. 공장 내 물류는 가장 대표적인 '제조 외 부가가치 없는 업무'에 속하기 때문에 효율화로 인한 기대효과가 클 수 있다.

▲ 현대로보틱스의 다기능로봇. 다양한 자동화 설비를 운용하기 위해서는 인터페이스 표준화가 필수다.

 

다만, 공장 자동화는 당장 힘들어도 사무 자동화는 단기에 해 볼 수 있다. 바로 RPA 덕분이다. Robotic Process Automation은 전표 발행, 웹사이트 입력, 엑셀 다운로드 후 동일 패턴의 편집을 통한 일 단위 보고서 작성 등 단순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는 컴퓨터의 매크로 프로그램이라고 보면 된다. 물류와 공급망 관리 분야에서도 적용해볼 수 있다.

 

화주 기업에서 인보이스를 받은 후 선사 B/L을 받아서 화주 기업에 메일 등으로 보내주는 업무처럼 반복적인 업무라면 매크로를 사용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다양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주문을 다운로드해서 통일된 양식으로 편집한 후 택배 송장을 발행하는 업무라면 적용 가능하지 않을까? 진짜 팔다리 달린 로봇이 아니라 매크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구매하기 때문에 비용도 저렴하고, 숙련도가 떨어지는 인력들에게 단순 반복 업무를 맡기는 것이 부담된다면 기업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도 괜찮은 투자다.

 

그 외의 기술들

 

증강현실은 어떨까? 실제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안경 크기의 단말기로 정보를 주고받지 않는 한 증강현실은 잘 모르겠다. 증강현실을 현장에서 제대로 활용하려면 이용자가 어떤 형태로든 기기를 몸에 달아야 한다. 이 기기를 활용해 어떤 콘텐츠를 증강 현실로 구현할 수 있을지도 문제지만, 실제 물류나 생산현장에서 땀나게 일하는 작업자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의문이다.

 

웨어러블 단말기도 마찬가지다. 정작 업무 상황에서는 불편하거나 거추장스러워 벗어 놓는 작업자들 꽤 될 것이다. 지난 호 기고에서 필자가 언급한 대로 BMW 공장 생산라인 직원들은 스마트워치를 통해 부품이 오고 있다고 알림을 받는다. 그나마 시계처럼 자연스럽게 착용이 가능한 장치니까 차고 있는 거지, 만약 팔을 완전히 휘감는 단말기라면…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 스마트안경 등 웨어러블 물류 기기 개발에 적극적인 DHL

 

인공지능은 앞서 언급한 빅 데이터와 RPA를 잘 활용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필요해진다. 빅 데이터로 통계적 예측은 했지만 그 중 어느 것을 미래의 시나리오로 선택할지, RPA로 단순 반복 업무는 자동화했으나 사람의 판단이 들어가는 업무까지 자동화하고자 한다면, 자연스럽게 인공지능을 발전시켜야 한다. 예를 들어 고객의 댓글에 따라 각기 다른 답변을 달아 주려 한다면 당연히 인공지능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쯤 되면 DT가 무엇을 추구하는지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DT는 따지고 보면 사람을 바라본다. 사람이 수용할 수 있으면 채택되고, 사람이 수용할 수 없으면 아직 시간이 걸린다. 사람의 판단을 도와주고 사람의 단순 반복 업무를 도와 주며, 사람의 안전을 보장해 주는 업무부터 DT가 시작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자.

 

구성원들이 필요로 하는 DT

 

지금까지 물류와 공급망 관리 분야의 기술 트렌드에 대해서 DHL 로지스틱스 트렌드 레이더 자료를 통해 필자의 의견을 제시해 봤다. 해당 내용이 정답이라기보다, 본인 또한 실무자 입장에서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좋을까 함께 고민하는 차원에서 이번 기고문을 작성해봤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점, DT는 구성원들이 절실히 필요성을 느껴 시작해야지, 절대 소수의 선도기업 경험자들이 추진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겉보기에 잘 추진될 것 같지만, 그 결과는 공허할 수 있다. 공허해지느니 구성원들의 가슴을 뛰게 해야 한다.



설창민

군 복무 전 우연히 하게 된 창고 알바를 계기로 물류에 입문, 아직 초심을 안 버리고 물류하고 살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 글을 쓸 때가 가장 행복해서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dcscully)를 운영하고 있고, 다양한 실무 경험으로 물류업계 종사자들의 삶과 애환을 독특한 시각과 필체로 써내려가는 것이 삶의 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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