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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렌털시대, 뜨는 역물류

by 김철민 편집장

2014년 07월 13일

바야흐로 렌털시대…뜨는 역물류

렌털 전성시대이다. 정수기에서 시작해 자동차를 거쳐 아파트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것은 모두 빌려 쓰는 시대가 됐다. 경기 침체 지속, 소비 트렌드의 변화, 온라인 마켓의 팽창 등 렌털 산업이 성장하기에 알맞은 시장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렌털 산업인 기업과 기업 간 B2B는 물론 근래엔 기업과 개인 간 B2C에서도 눈부신 성장을 하고 있다. 최근엔 렌털 전문 종합 오픈마켓까지 등장하면서 렌털 산업의 범위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바야흐로 ‘렌털 전성시대’가 도래했다.

와이프 빼고 다 빌려준다…‘렌털시대’ 활짝


글. 김철민 기자

‘1인당 연간 국민소득이 2만달러에 접근하면 렌털산업이 활성화되는 단계에 이른다’는 이론이 있다. 소비에 대한 사고방식이 소유 가치 중심에서 이용 가치 중심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통계는 이를 증명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8~2011년 주거용 건물 임대업은 연평균 27.6%의 고성장세를 보였다. 과거 비데나 정수기 중심의 임대·렌털시장이 가전, 가구 등으로 확장하면서 관련 임대업도 같은 기간 연평균 29.1% 성장했다.

반면 가계의 내구재 지출 규모는 금융위기 이후 정체된 상태다. 자동차, 가전, 가구 등 내구재 지출 비중은 2003년 3.5%에서 2007년 5.2%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2009~2012년 내구재 소비 규모는 1인당 연평균 12만원 수준에서 머무르고 있다. 주거용건물 개발 및 공급업은 연 평균 1.7%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렌털산업 확장에는 불황과 1인가족 증가도 한몫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주머니가 얄팍해진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매하는 대신 내 것처럼 집에 두고 쓰는 소비패턴을 선택하고 있다. 이와 맞물려 대형 유통업체들이 렌털 시장에 뛰어들면서 빠른 속도로 규모가 커지고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1인 가구 비중은 2010년 23.9%에서 2015년 27.1%, 2025년에는 31.3%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한국보다 앞서 1인 가구 시대를 맞았던 일본은 2011년 기준 31.5%, 미국은 50%가량이 1인 가구다. 1인 가구 비중이 높은 이들 국가는 의·식·주 관련 전반에서 렌털 서비스가 발달했다.

한국렌털협회는 “최근 국내 렌털 시장은 다양화와 전문화를 통해 성장하고 있다”며 “앞으로 렌털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렌탈협회에 따르면 2006년 약 3조원이었던 시장 규모가 지난해엔 약 12조원(추정)으로 4배가량 성장한 것으로 파악된다. 협회 추정, 렌털 관련 업체 수만 2만4000개에 달한다. 건설장비부터 렌터카, 생활가전, 의료기기, 사무기기, 통신기기 등 분야도 다양하다.

렌털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이유는 소비자 인식이 ‘소유’에서 ‘사용’으로 전환되는 것이 가장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공기청정기, 매트리스 등 구매 후 개인이 관리하기 어려운 품목을 렌털 서비스를 통해 효과적으로 관리받을 수 있게 된 점도 렌털 시장 확대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1990년대 말 일찌감치 렌털 사업을 시작한 코웨이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 2조원을 넘기며 대기업 반열에 들어섰다. 이 회사의 렌털 부문 매출은 전체 매출의 약 70%에 달한다.

◈제조업체 ‘렌털’에 눈떠


안마의자 시장점유율 1위인 ‘바디프랜드’가 대표적이다. 바디프랜드가 안마의자를 생산하기 시작한 2007년 당시 안마의자 시장 규모는 250억원 정도에 불과했다. 안마의자라는 개념도 생소했던 데다 수백만원에 달하는 제품을 선뜻 구매하는 소비자는 많지 않았다. 바디프랜드는 고민 끝에 2009년 렌털 서비스를 선보였고 이게 대박이 났다. 매달 4만~5만원대 금액으로 안마의자를 이용할 수 있게 되자 수요가 급증했다. 2010년 188억원이었던 매출은 매년

2배 가까이 증가해 지난해에는 약 800억원으로 성장했다. 바디프랜드의 전체 매출 중 렌털 부문에서 올리는 매출은 85%에 이른다. 안마의자 시장 규모도 지난해 약 1600억원으로 7년 만에 6배 넘게 커졌다.

코웨이도 2011년 말부터 ‘매트리스 케어렌털 서비스’를 시작해 승승장구 중이다. 미국 유명 매트리스 브랜드 ‘레스토닉’사가 만든 매트리스를 위탁 판매하고 관리해준다. 100만원이 넘는 고가 매트리스를 월 1만9000~4만3000원에 사용할 수 있고 4개월에 한 번씩 직원이 방문해 먼지와 진드기를 제거해준다. 지난 4월 한 달간 판매한 매트리스만 8000개, 전체 관리 계정 수는 15만6000개에 이른다.

◈렌탈 품목 갈수록 다양해져

렌털 품목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초기에는 렌터카, 정수기, 비데, 안마의자, 매트리스 정도에 불과했지만 요즘은 음식물처리기, 전기레인지, 상조 서비스 등으로 확산 중이다. 이 같은 추이는 빅데이터 분석업체인 타파크로스의 분석플랫폼 트렌드업(TrendUp, www.trend.co.kr)이 발표한 ‘렌탈 품목에 변화 분석’ 자료에도 잘 나타나 있다.

이 업체는 렌탈 품목의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 렌탈 관련 상위 300위 연관 검색어를 분석한 결과, 2012년도에는 정수기, 자동차, 카메라 등 생활가전과 자동차 정도로 한정되어 있었으나 2013년부터는 커피머신, 안마의자, 침대매트리스, 카레라 렌즈 등 소형가전이나 생활용품으로까지 품목의 범위가 확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타파크로스 김용학 대표는 “렌탈과 관련한 빅데이터를 분석해보니 지난해부터 렌탈 품목과 관련한 검색(버즈)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렌탈이 우리의 실생활에 더욱 밀접해지고 있음을 증명해주는 의미있는 결과”라고 말했다.

또 그는 “렌털이 개인들에게는 경제적 이익을 주고, 더 나아가 환경보호라는 사회적 가치까지 창출할 수 있는 서비스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한 가능성을 SNS상에 존재하는 소비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추출했다”고 덧붙였다.

◈e커머스업계 렌탈 방식 도입

소셜커머스 ‘티몬’은 최근 홈페이지 내 ‘렌털탭’을 별도로 오픈하고 가전제품 중심으로 렌털 판매에 나섰다. 혼수철을 맞아 4~5월 동안 진행 중인 렌털기획전 ‘웨딩위크 이벤트’가 대표적이다. 특정 제품을 함께 렌털 구매할 경우 렌털료를 할인해주고 사은품도 증정한다. 티몬의 렌털 제품 판매는 지난해 5월엔 89개에 그쳤지만 올해 5월에는 13일 기준 벌써 2329개가 팔리며 1년 사이 26배나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소셜커머스 고객들은 가격에 특히 민감한데 장기 렌털 형식으로 판매되는 제품은 일반 할부판매와 비교해 이자비용이 들지 않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홈쇼핑업체들도 렌털 부문 매출이 초고속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롯데홈쇼핑의 경우 올해 1월부터 5월 12일까지 렌터카는 약 3만콜, 정수기는 3만8000콜, 상조 서비스는 4000콜이 넘는 주문건수를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575%나 증가한 수치다. 롯데홈쇼핑은 올해 렌털 상품 판매방송 편성 비중을 늘리고 제품 다양화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GS샵도 지난해 렌털 부문 전체 취급액이 전년 대비 48% 증가했다. 특히 ‘벨기에 라텍스코 라텍스 매트리스’ 렌털 상품은 방송마다 1000건 이상의 콜이 쏟아진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유통업체들이 렌털 상품 판매를 강화하는 데 힘을 쏟는 중”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렌털 비즈니스의 핵심 ‘역물류’

합리적 소비에 대한 열망이 렌털 비즈니스를 활성화시키고 있다. 지금까지의 렌털 비즈니스가 B2C 모델이었다면, 이제부터는 C2C 모델로 변형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는 일반인도 렌털 비즈니스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이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아이디어가 다양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공유 비즈니스가 확산되는 이유는 내가 가진 물건이나 지식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함께 사용함으로써 무분별한 소비를 줄이자는 인식이 담겨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렌털 비즈니스가 더 활성화될 경우, 물류기업들은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주력해야할까?

지금까지 커머스는 물건을 사고파는 행위가 주를 이루었다. 사고파는 행위의 장소는 오프라인(시장, 백화점, 할인마트 등)에서 가상의 온라인으로, 또 모바일로 확대해 나가거나 판매하는 상품의 종류를 유형의 제품에서 무형의 상품들(여행, 보험, 음식점 쿠폰 등)로 확장해 나가가면서 파이를 키워나가는 형국이다.

국내에서도 렌털과 셰어 등 다양한 유통 서비스 상품이 개발되면서 공유경제 시장을 뒷받침할 만한 물류서비스의 변화도 예상된다.

지금까지의 커머스 물류는 빠르고 정확하게 고객에게 제품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제품을 전달하고 다시 수거해서 관리(수리)하고 보관하고 다시 다른 고객에게 전달하는 회전 방식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물류서비스 시장은 제품의 회수와 보관 관리 프로세스를 정교하게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렌털과 셰어 등의 공유 비즈니스가 성장하면서 물류의 중요성은 더욱 더 커질 것이다. 물건을 사용하는 방식이 소유에서 렌털과 셰어로 바뀌는 것이지 물건을 사용하는 빈도는 변화가 없을 것이기 때문에 물류에서는 생산과 전달에서 끝냈던 것을 회수와 관리, 그리고 재배송의 프로세스가 추가되면서 물류 프로세스는 더욱 복잡해지고, 물류 수요는 더 증가할 것임이 자명한 일이다.

이를 위해 물류기업들은 WMS(Warehouse Management System)과 TMS(Transportation Management System) 등 IT 기반의 보관, 운송서비스에 대한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 단순 보관의 개념에서 회수, 유지관리, AS, 운송, 포장 등이 공유서비스 물류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커머스 시장의 변화 속도가 빠르다. 지금까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성장하던 분야가 모바일과 소셜 등으로 채널이 확장되고 있고 공유경제가 활성화되면서 새로운 형태의 소비패턴이 등장하고 있다. 커머스는 계속 진화될 것이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물류가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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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민 편집장

Beyond me(dia), Beyond logistics
김철민의 SCL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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