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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편의 구라까이]쿠팡의 물류센터 ‘세일앤리스백’이 뭐길래

by 김철민 편집장

2016년 02월 22일

김편의 구라까이(열한번째 이야기)
 
오해는 오해일뿐...‘세일앤리스백’이 뭐길래.
 
지난 19일, 쿠팡이 수도권 물류센터 2곳(인천, 덕평)을 매각하려 한다는 보도가 화제가 됐습니다. 내용의 요지는 쿠팡이 현금 유동성을 이유로 물류센터를 매각한 후 세일앤리스백(sale and lease back) 형식으로 다시 임대해 이를 운영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한 기업체의 창고 매각이 뭐 대수로운 일이냐 할 수도 있겠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쿠팡은 로켓배송의 핵심인 물류센터 등 배송, 보관 시설의 수직 계열화로 서비스 혁신을 주도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번 보도는 이러한 쿠팡의 전략(국내 이커머스 생태계의 꼭짓점이 되려는)에 반하는 것입니다. 때문에 쿠팡의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게 아니냐는 것이 일부 업계의 우려였습니다.
 
이 소식에 금융권 등 관련시장의 관심이 뜨겁자 같은 날 쿠팡은 “매각 계획이 전혀 없다”며 루머에 대한 즉각 진화에 나섰습니다. 오히려 기존의 물류센터 확장 계획을 진행하는데 주력하고 있다는 게 쿠팡의 현재까지 입장입니다.
 
(사진: 쿠팡 덕평 물류센터)
 
 
 
 
같은 날, 서로 다른 기사로 인해 걱정과 기대감, 그리고 오해를 받고 있는 쿠팡의 물류센터 매각방식인 ‘세일앤리스백’은 과연 무엇일까요.
 
먼저 이 용어는 원래 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자산을 다른 기업에 매각한 뒤 이를 다시 빌려 쓰는 임차(리스)의 특수형태 중 하나 입니다. 기업이 소유한 토지, 기계, 건물 등을 은행, 보험회사, 리스회사 등 금융회사에 매각해 자금을 조달하고 이 자금을 기업의 운영자금이나 시설자금 등으로 이용하면서도 매각한 자산은 임차계약을 통해 계속 이용하는 방식이죠. 역사적으로는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발생한 뒤 미국의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도입한 세일앤리스백에서 비롯됐습니다.
 
(자료: 우리금융)
 
국내에서는 우리은행(우리금융)이 세일앤리스백 방식을 가장 빨리 도입했습니다. 주택, 창고 등 부동산 담보대출을 받은 건물주가 은행에 집을 팔면 그 차액으로 은행 대출금을 갚고 대신 소유권을 갖게 된 신탁회사에 임차료를 내게 됩니다. 건물주가 나중에 돈이 생기면 되살 수 있도록 환매권도 부여했습니다. 이 방안이 도입되면 연체이자 등을 포함해 고금리에 시달리던 건물주가 이자상환 부담에서 벗어나 목돈을 모을 만한 시간을 벌 수 있게 해주는 것 입니다. 금융 편에서도 대출채권이 부실화하는 것을 막고 가계 및 기업부채 해소에 기여 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노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세일앤리스백 방식에 대한 논란 또한 존재합니다. 물류센터를 사들일 때 ‘어떻게 평가해 얼마에 살 것이냐’는 문제 때문입니다. 은행이 시가보다 창고를 너무 비싸게 사면 대출자들에게 특혜를 준다는 시비가 생기게 됩니다. 너무 싸게 사면 “은행이 제 욕심을 채웠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물류센터 매각 가치는 물량(화주), 즉 창고를 장기 사용하려는 화주들의 신용도와 임대차 계약(임대차 수수료)에 의해 결정됩니다. 주로 10년 이상의 장기계약이 기반 조건이기도 합니다.
 
다시 쿠팡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쿠팡은 현재 파주, 인천, 대구 등 14곳의 물류센터를 운영 중이며, 내년까지 총 21곳으로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이중 인천, 덕평 등 수도권 인근의 물류센터 개발 방식은 사업초기부터 세일앤리스백에서 구상됐다는 게 금융?물류업계 복수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세일앤리스백 방식은 비단 쿠팡에 한정한 독특한 물류센터 개발방식이 아닙니다. 롯데, 홈플러스, 현대로지스틱스, 하이트진로, 이랜드 등 수많은 대기업들이 물류센터를 개발하고 있는 일종의 부동산 개발 트렌드 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세일앤리스백 방식은 여러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기업들에게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의견 입니다.
 
이를 정리하자면, 우선 매각자에게는 해당 건물을 계속 이용할 수 있는 권리가 있어 매각 후 회사를 이전할 필요 없이 그대로 사용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이는 ‘리스’를 조건으로 ‘세일’을 하겠다는 계약 내용이 명시됐기 때문입니다. 이는 매입자에게도 득이 되는 구조입니다. 매입 후 공실의 위험이 없기 때문에 자산을 매입한 직후부터 임대료 이익이 발생해 안정적이기 때문이죠. 매각자금으로 인한 유동성확보와 시세차익은 덤입니다. 여기에 계약기간 만료 시 매각자에게 우선 매수권을 갖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굳이 단점이라면 임대료 정도를 꼽을 수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영향이 미미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기업의 현금창출에 타격을 입힐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세일앤리스백’은 우리나라 기업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각광받고 있는 추세입니다. 싱가포르 양대 국부펀드인 GIC와 테마섹 등 외국 펀드들이 국내 물류센터 인수에 엄청난 관심 을 갖고 있는 것도 현실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일부 언론에서 지적하는 ‘쿠팡이 유동성 확보가 절실해 물류센터를 매각한다’는 시각은 세일앤리스백의 또 다른 오해 에서 비롯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자금 여유가 많다면 쿠팡이 굳이 물류센터를 매각하지 않아도 되겠지요. 그렇다고 기사에 언급된 것처럼 쿠팡이 세일앤리스백 방식을 선택했다는 이유로 최대 위기라는 지적은 성급한 평가가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아마존의 물류센터 개발 방식도 세일앤리스백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이 이야기는 구라까이에서 한번 더 다루겠습니다). ´아마존이 하면 혁신이고, 쿠팡이 하면 위기´인냥 바라보는 시각은 일종의 물류 사대주의 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진정한 위기는 소셜 3사들의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출혈경쟁이겠죠. 세일앤리스백 방식 자체가 기업 현금 유동성 위기의 신호탄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런 점에서 쿠팡의 세일앤리스백 방식은 부동산 개발의 새로운 투자 기법일 뿐입니다. 더 이상의 오해는 없어야겠습니다.
 


김철민 편집장

Beyond me(dia), Beyond logistics
김철민의 SCL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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