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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 ‘포장의 미학’, 신선식품 새벽배송 3사 비교

by 임예리 기자

2017년 09월 05일

마켓컬리, 배민프레시, 헬로네이처의 포장 엿보기

스티로폼 박스를 넘어, 진정한 포장의 가치는 어디에

포장 마켓컬리 배민프레시 헬로네이처

글. 임예리 기자

 

온라인과 모바일 채널이 확장되면서 신선식품 배송이 우리 생활 더 가까이로 다가왔다. 특히 온라인 시장은 매해 높은 성장률로 커가고 있다.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음식료품과 농축수산물의 온라인 거래액 합은 2013년 2조 1,180억 원에서 2016년 5조 9,042억 원으로 증가했다.

 

신선식품만을 전문으로 다루는 스타트업도 등장했다. 2011년 설립된 ‘배민프레시’(운영사: 우아한형제들), 2012년 설립된 ‘헬로네이처’(운영사: SK플래닛), 2015년 설립된 ‘마켓컬리’(운영사: 더파머스)가 대표적이다. 세 업체는 주문한 상품을 익일 새벽까지 배송하는 새벽배송 서비스로 소비자의 호응을 얻으며 온라인 신석식품 업계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배민프레시는 지난 4일 서비스명을  ‘배민찬’으로 바꾸고, 모바일 반찬시장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배민프레시 새이름 배민찬, 반찬시장 저격나선다) 이번 기사의 취재는 지난 7월에 진행되었고, 배민프레시 역시 신선식품을 판매하고 있어, 편의상 이커머스 신선식품 3사에 배민프레시를 포함시켰습니다.

 

여기에 오프라인 유통업체와 소셜커머스, 오픈마켓 업체들까지 가세했다. 작년 말부터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의 전통 오프라인 유통업체와 티몬(티몬프레시), 위메프(신선생)와 같은 소셜커머스 업체, G마켓(Gtable), 옥션(파머스토리), 쿠팡과 같은 오픈마켓 업체가 온라인 신선식품 전문관을 강화하며 고개 유치에 나서고 있다. 11번가의 운영사인 SK플래닛은 작년 12월, 당시 헬로네이처의 모회사였던 패스트트랙아시아로부터 헬로네이처를 인수하고 11번가와 헬로네이처를 연계해 신선식품 카테고리의 경쟁력을 강화했다. 이제 고객은 언제 어디서나 신선식품을 쉽게 주문할 수 있다.

 

신선식품 포장 파헤치기

 

그런데 신선식품의 ‘신선’함을 유지하는 ‘포장’은 어떨까. 온라인, 홈쇼핑, 모바일 등 어떤 채널을 통해 신선식품을 주문하더라도 고객은 거의 비슷한 방식으로 상품을 전달받는다. 대부분 상품은 커다란 하얀색 스티로폼 박스에 담겨 온다. 그리고 그 스티로폼 박스 안에는 주문한 식재료와 함께 몇 개의 얼음팩 혹은 아이스팩이 들어있다.

 

이런 와중에 지난 4월 마켓컬리가 신선식품 배송에 종이박스를 사용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스티로폼 박스에 대한 고객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문득 호기심이 들었다. 무릇 창의성과 혁신은 스타트업이 반드시 갖추어야 할 미덕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신선식품 배송 스타트업의 포장에도 그들만의 특별한 전략이 녹아 들어있지 않을까. 그래서 직접 신선식품 이커머스 3사(배민프레시, 마켓컬리, 헬로네이처)의 새벽배송 상품을 주문해 그들의 포장을 비교해보기로 했다.

 

마켓컬리 배민프레시 헬로네이처

▲ 신선식품 이커머스 3사 현황(각사 자료 취합, 올해 6월 기준)

 

식품은 환경에 민감하다. 특히 요즘 같이 더운 시기에는 더욱 그렇다. 포장도 더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다. 기자는 포장의 난이도를 높이기 위해 1)같은 판매자가 판매하는 상품, 2)그중에서도 생선과 육류처럼 외부 온도에 특히 민감한 상품을 주문하려고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두 조건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상품은 없었다. 결국 업체별로 생선과 고기, 샐러드 중 두 가지씩 주문하기로 했다. 배민프레시에서는 연어와 샐러드, 마켓컬리에서는 연어와 소고기, 헬로네이처에서는 삼겹살과 샐러드를 각각 주문했다. 신선식품 이커머스 3사의 포장 비교 실험은 이강대 연세대학교 패키징학과 교수와 함께 진행됐다.

 

우리의 정체를 알려라

 

3사의 포장에서 모두 자사의 특징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엿보였다. 특히 마켓컬리의 종이박스는 다른 두 업체의 스티로폼 박스에 비해 더 눈에 띄었다. 3사 모두 일반 포장 테이프 대신 자사의 콘셉트 색상과 로고가 인쇄된 테이프를 사용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켓컬리 배민프레시 헬로네이처

▲ 주문 하루 뒤 CLO 사무실로 도착한 3사의 상품. 실험을 위해 오전 7시 30분쯤 사무실에 도착했는데, 이미 배송이 완료된 상태였다.

 

마켓컬리와 배민프레시의 상자 겉면에 붙어있는 송장에는 바코드와 분류번호, 고객정보가 함께 인쇄되어 있었다. 송장을 통해 이 두 업체가 전산화된 물류시스템을 사용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성호경 우아한형제들 홍보팀장은 “박스 외부 바코드는 물류시스템(WMS/TMS)을 통해 생성되는데, 포장부터 배송까지 전 과정의 효율화를 위해 전산화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며 “예를 들어 바코드를 스캔하면 포장이 완료되었는지, 상품이 배송 중인지, 혹은 배송이 완료되었는지 등을 즉각적으로 알 수 있다”고 전했다.

 

두 업체와 달리 헬로네이처의 상자 겉면에 붙은 송장에는 이름과 간략한 주소지 정보가 ‘수기’로 적혀 있었다. 이에 대해 헬로네이처 측은 송장 인쇄와 관련한 브랜딩 작업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것이라 설명했다. 좌종호 헬로네이처 부대표는 “작업 시간 내에 배송기사가 수기로 배송물량을 구분해도 업무에 차질이 생기지 않는다”며 “새벽배송 가능 지역을 확대해 나가는 추세에 맞춰 최근 별도의 전산화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켓컬리 배민프레시 헬로네이처▲ (왼쪽부터)마켓컬리, 배민프레시, 헬로네이처에서 온 박스를 막 개봉했을 때의 모습

 

송장을 확인한 이후에는 상자를 열어 내부를 살펴봤다. 세 박스에서 모두 크게 손상된 제품은 없어 보였다. 우선 마켓컬리는 소포장재 안에 아이스팩과 상품이 한 데 들어있었고, 주문한 두 제품은 모두 개별 포장돼 있었다. 배민프레시는 연어만 은박 소포장재에 들어 있었다. 헬로네이처는 별도의 소포장재 없이 상품과 아이스팩이 함께 들어있었는데, 그래서인지 삼겹살이 담긴 팩이 약간 찌그러진 상태로 도착했다.

 

박스를 봉합하는 테이프와 마찬가지로 아이스팩 역시 각 사의 콘셉트를 반영해 디자인되어 있었다. 소포장재에 관해 조금 더 이야기하자면, 배민프레시는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은색의 소포장재를 사용했고, 마켓컬리는 보라색의 소포장재를 사용했다.

 

마켓컬리 배민프레시 헬로네이처

 

수송용기①: 다 같은 EPS가 아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신선식품을 받았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상품이 담긴 ‘수송용기’의 모습이다. 앞서 언급했듯, 배민프레시와 헬로네이처에서 주문한 상품은 스티로폼 박스에, 마켓컬리에서 주문한 상품은 종이박스에 담겨 도착했다.

 

배민프레시와 헬로네이처의 경우처럼, 신선식품 수송용기의 주류(?)는 스티로폼 박스다. 스티로폼 박스는 저렴한 가격에 비해 보온·보냉력이 좋아 오래 전부터 많이 사용돼왔다. 특히 신선식품 배송에 주로 사용되는 스티로폼 박스는 EPS(Expanded Polystyrene) 박스로, 폴리스티렌을 틀(금형)에 맞춰 발포시켜 만든다. 스티로폼 박스의 강도와 가격은 기본적으로 발포 정도에 따라 결정된다. 높은 밀도로 발포할수록 무게는 무거워지고 스티로폼의 강도도 강해진다.

 

실제로 건축용 스티로폼 자재는 동그란 모양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촘촘하게 발포돼 있어 강도가 세고 가격도 비싸다. 이에 반해 신선식품 배송용 박스는 발포가 덜 촘촘해, 자세히 봤을 때 거품처럼 작은 기포들이 박스에 붙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신선식품은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배송이 완료된다. 따라서 대량 생산하면 단가가 저렴한 발포 강도가 낮은 스티로폼 박스가 배송에 주로 사용되는 것이다.

 

이강대 교수는 “스티로폼 박스와 아이스팩, 소포장재 모두 생산량에 따라 단가가 달라지기 때문에 각각의 정확한 단가를 추정하기는 어렵지만, 스티로폼 박스가 소포장재보다는 가격이 비싸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배민프레시와 헬로네이처 두 업체의 스티로폼 박스에 대해 “헬로네이처의 스티로폼 박스가 배민프레시의 것보다 더 무게감 있으며, 육안으로 봤을 때 발포가 조금 더 촘촘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헬로네이처의 스티로폼 박스는 겉면에 홈이 있어 배민프레시의 것보다 조금 더 복잡한 모양이었다. 헬로네이처의 스티로폼 박스의 생산원가가 배민프레시의 것보다 더 높지 않을까 추정되는 또 다른 이유다.

 

몸체와 덮개에서도 두 업체의 스티로폼 박스는 차이를 보였다. 헬로네이처의 박스는 몸체와 덮개의 홈을 맞춰서 닫는 형태인 데 반해, 배민프레시는 덮개를 덮는 형태였다. 이 교수는 “헬로네이처의 박스는 외부의 열을 한 번 더 차단할 수 있는 구조”라며 “금형이 복잡할수록 단가가 높아지는 포장의 특성상 헬로네이처의 박스 원가가 배민프레시보다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마켓컬리 배민프레시 헬로네이처

▲ (왼쪽부터)배민프레시와 헬로네이처 박스 안에 들어있는 상품과 포장재

 

이에 대해 좌종호 헬로네이처 부대표는 “스티로폼 박스는 단가가 낮을수록 두께가 얇아진다거나 발포 밀도가 낮아지는데, 박스의 가격이 지나치게 저렴하면 포장 용기로서 기능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비용을 더 투입하더라도 내부적인 기준에 맞게끔 부자재를 수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박스의 크기 역시 중요한 요소”라며 “자사는 상온제품 배송에 종이박스를 활용하는데, 고객이 여러 상품을 동시에 주문했을 때 그 가운데 스티로폼 박스가 필요한 제품이 있다면 스티로폼 박스를 종이박스 안에 넣어 추가 배송비가 생기지 않도록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많은 소비자들은 스티로폼 박스에 환경호르몬이나 4대 중금속(수은, 납, 카드뮴, 크롬) 등이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한다. 실제로 세 업체의 수송용기에는 KS마크와 같은 승인번호가 표시되어 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문의한 결과 세 업체 모두 환경인증을 보유한 업체로부터 상품을 납품받는다고 전해왔다. 에코박스는 안정보건공단 화학물질 인증(MSDS), 유해물질 제한지침(RoHS) 인증을 받았다. 성호경 우아한형제들 팀장은 “자사에 EPS 박스를 공급하는 업체는 ISO14001 인증(환경경영체제), RoHS 인증 등을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송용기② EPS vs 종이

 

앞선 두 업체와는 달리 마켓컬리는 신선식품 배송에 종이박스를 사용한다. 올해 4월 테스트용 박스를 만들어 사용하다 개선 과정을 거쳐, 현재는 ‘에코박스’라는 이름으로 전면 사용하고 있다. 종이박스의 내부에는 온도 유지를 위해 단열재로 사용되는 폴리에틸렌(PE) 폼을 부착했다. 마켓컬리에 따르면, 에코박스는 마켓컬리가 기존에 사용하던 스티로폼 박스보다 2배가량 비싸다.

 

마켓컬리 배민프레시 헬로네이처

▲ 마켓컬리의 에코박스 안에 있던 상품과 포장재들

 

스티로폼 박스에서 안전에 대한 불안감을 느낀다면, 종이박스에서는 보온·보냉력에 대한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특히 요즘처럼 밤낮없이 더운 날씨가 계속되는 시기에는 종이로 된 에코박스가 온도를 잘 보존할 수 있는지 의심이 드는 게 사실이다. 이에 대해 마켓컬리 패키지 TF팀의 허소영 PO(Project Owner)는 “에코박스는 식품안정성인증을 취득했고,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 시험 결과 보냉력이 스티로폼 박스와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강대 교수 역시 에코박스의 보냉력이 스티로폼 박스에 뒤처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내렸다.

 

배민프레시와 헬로네이처의 스티로폼 박스와 마켓컬리의 종이박스, 소비자는 이 두 수송용기 사이에서 어떤 차이를 느끼게 되는 것일까. 사실 소비자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포장 안에 있는 내용물이지 포장 자체가 아니다. 상품이 신선하고 안전하게만 온다면 포장이야 어떻든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하지만 상품을 꺼낸 뒤 박스를 보관하거나 폐기할 때가 문제다.

 

특히 스티로폼 박스는 보관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공간을 많이 차지할뿐더러 박스를 여는 과정에서 스티로폼 가루가 떨어지기도 한다. 게다가 스티로폼 박스는 버려졌을 때 환경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지 때문에 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소비자에게는 마켓컬리의 종이박스가 스티로폼 박스보다 조금 더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마켓컬리와 함께 에코박스를 개발한 써모렙코리아의 나정균 대표는 “최근 환경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높아지고 있고, 환경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스티로폼을 대체할 수 있는 용기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마침 그러한 고민이 마켓컬리와 잘 맞았고, 그 결과 에코박스가 탄생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사실 에코박스가 전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다만 나 대표는 “마켓컬리를 만나기 전에 다른 업체들에게도 제안을 했지만, 가격이 높아 번번이 도입되지 못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관과 달리 폐기 시에는 스티로폼 박스가 에코박스보다 간편할 수 있다. 스티로폼 박스는 분리수거함에 넣기만 하면 그만이지만, 에코박스는 단열재와 종이를 떼어내고 둘을 분리해 버려야 하기 때문에 폐기할 때 걸리는 시간이 스티로폼 박스에 비해 길다.

 

재사용 시에서도 스티로폼 박스가 종이박스보다 나은 측면이 있다. 배민프레시는 스티로폼 박스와 아이스팩 등을 수거해간다. 고객이 이전 주문 배송 시 받은 스티로폼 박스와 아이스팩 등을 집밖에 내놓으면, 배송기사가 고객이 새로 주문한 상품을 배송할 때 이전의 포장재를 회수해가는 것이다.(배민프레시의 정기배송 서비스는 포장재 회수에 유리한 모델이기도 하다.) 이후 스티로폼 박스는 육안검사와 세척, 자외선 살균 램프 통과 등의 과정을 거치고 마지막에 다시 한 번 이물질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한 뒤 재사용된다. 배민프레시에 따르면, 현재 회수된 박스의 약 70%가 재사용된다. 헬로네이처 역시 지난 7월 말부터 새벽배송 지역을 대상으로 포장재 수거 서비스를 시작했다.

 

포장재 비교, ‘신선함을 위하여’

 

마켓컬리 배민프레시 헬로네이처

▲ 신선식품 이커머스 3사가 사용하는 포장재(각사 자료 취합)

 

신선식품을 배송할 때 스티로폼 박스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아이스팩이다. 아이스팩 내부에는 물과 폴리머라는 화학물질을 섞은 것이 들어있다. 실험을 위해 주문한 상품의 포장을 확인한 결과, 배민프레시와 마켓컬리, 헬로네이처가 박스에 넣은 아이스팩은 각각 2개, 3개, 1개였다.

 

세 업체 모두 새벽배송 물량의 포장업무를 내재화했다. 기본적으로 3사 모두 계절과 상품의 온도 민감도 등에 따라 포장에 사용하는 아이스팩의 양을 달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헬로네이처는 “수산물이나 유제품에는 은박 파우치와 아이스팩을 함께 넣는다”고 전했다. 마켓컬리의 기준 역시 헬로네이처와 비슷했다. 하지만 마켓컬리는 상품을 개별 포장하며 제품 파손이나 안전성에 신경을 조금 더 쓴 모습을 보였다. 특히 연어가 들어있는 소포장재에는 2개의 아이스팩이 들어있었다.

 

배민프레시 역시 자체적인 온도 기준을 가지고 있다. 성호경 우아한형제들 홍보팀장은 “박스 내부에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500g 이상의 아이스팩과 드라이아이스를 사용하고 있다”며 “계절별로 BTCT(배민프레시 자체 온도 테스트)를 통해 아이스팩과 드라이아이스의 최적 개수를 산정하여, 상품을 신선한 상태로 배송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아이스팩은 수송용기와 함께 상품의 온도를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따라서 소비자는 대개 아이스팩이 많이 들어있을수록 상품이 안전하게 배송된다고 느낀다. 하지만 아이스팩 역시 스티로폼 박스처럼 처리하기가 번거롭다. 현재까지 아이스팩에 대한 정식 법적 처리방법은 없다. 일반쓰레기 봉투에 팩을 통째로 넣어 버린다든가, 내용물을 제거한 뒤 비닐만 따로 처리하는 방법이 주로 사용된다. 물론 아이스팩은 가정에서 다양한 용도로 재사용할 수 있지만, 신선식품을 자꾸 주문함에 따라 늘어나는 아이스팩은 가정에 부담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마켓컬리 배민프레시 헬로네이처

 

정성과 과포장 사이에서

 

온도유지를 위해 사용되는 커다란 스티로폼 박스와 그 안에 몇 개씩이나 들어있는 아이스팩은 자칫 과포장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과포장을 무조건 나쁘게 볼 수만도 없다. 포장은 고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강대 교수는 “경영자 입장에서 포장은 곧 마케팅이다”라며 “가령 프리미엄 신선식품 배송서비스를 표방한다면, 그에 걸맞은 포장 전략을 택해 브랜드 가치를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강대교수 패키징 포장 마켓컬리 배민프레시 헬로네이처

▲ 이강대 연세대 패키징학과 교수. 이 교수는 “화장품이나 완구류는 대표적인 과대포장 품목이지만, 그 포장이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인다는 점에서 결코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다”며 “포장은 전달하고자 하는 상품의 가치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했다.

 

물론 상품만 제대로 도착하면 포장은 어찌됐든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고객도 있다. 그러나 과포장과 그것의 번거로운 처리 과정, 환경에 끼치는 좋지 않은 영향에 거부감을 느끼는 고객들 역시 상당수 존재하며, 기업 입장에서는 그들의 피드백을 무시할 수 없다. 기자 역시 모든 실험을 종료한 뒤 3사의 박스를 한꺼번에 치우면서 ‘건강을 위해 신선식품을 주문했는데, 쓰레기로 버릴 물건이 오히려 많아졌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신선하고 온전한 상태의 상품을 원하면서도, 포장에 대한 부담은 덜고 싶다. 이런 아이러니한 고객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업체들의 고민 역시 깊어지고 있다.

 

좌종호 헬로네이처 부대표는 “자사가 최근 SK플래닛에 편입되면서 비용효율화를 통해 부자재 비용에 대한 고민은 덜었지만, 아이스팩부터 완충재, 드라이아이스, 은박 파우치, 스티로폼까지 사용하다 보니 이것이 소비자에게 과포장으로 인식되기도 한다”며 “현재 배송시간이 짧은 지역을 위주로 포장 간소화를 시범 도입하는 것이 논의되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실제로 헬로네이처는 8월 중으로 은박 소포장재 대신 재활용할 수 있는 종이 소포장재를 도입할 계획이다.

 

마켓컬리 측도 비슷하다. 허소영 마켓컬리 패지지 TF팀 담당은 “식품의 안전성이 가장 중요하지만, 이후 포장 간소화 문제도 답을 찾고자 한다”며 “다시 사용할 수 있는 포장재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배민프레시는 상품 안전에 초점을 맞춰 당분간 지금과 같은 포장 매뉴얼을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가치를 전달하는 포장

 

기자는 이번 실험을 최대한 소비자의 관점에서 진행하고자 했다. 소비자의 눈으로 봤더니 수송용기, 즉 스티로폼 박스와 종이박스가 주는 차이가 가장 크게 다가왔다. 기타 포장재나 상품의 배치 등에서는 별 차이가 보이지 않았다.(부분적으로 수송용기나 상품을 담은 용기가 훼손되긴 했지만, 상품 자체에 손상이 가해진 경우는 없었다.)

 

출고부터 배송까지 10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새벽배송이기에 고급 포장기술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비교적 안전하게 배송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세 업체는 모두 냉장차량으로 상품을 직접 배송해 안전한 배송 환경을 구축하고 있기도 하다.

 

포장은 상품과 함께 고객이 기대하는 가치와 기업이 고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를 반영한다. 삼겹살을 주문한 고객과 다이어트 주문한 고객이 기대하는 가치는 다르다. 삼겹살은 신선하게 오면 되지만, 다이어트 도시락은 신선도와 함께 높은 품질과 고급스러움을 원할 것이다. 상품을 둘러싼 포장에서 차이점을 느끼지 못했다면, 기업이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 역시 캐치하기 어렵다.

 

3사 모두 프리미엄 신선식품을 상품으로 내세우고, 새벽배송이라는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포장에서 각 업체만의 색을 찾기란 힘들었다라는 것이 CLO 편집국과 이강대 교수의 공통 의견이었다. 이 교수는 “세 업체의 포장을 전체적으로 보면, 소비자가 원하는 배송가치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온라인 신선식품 시장은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 업체의 포장 전략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켓컬리는 에코박스, 헬로네이처는 새로운 수송용기를 도입하며, 포장 간소화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고, 배민프레시는 EPS박스보다 내구력이 강하면서 재사용이 가능한 EPP(폴리프로필렌)박스 도입을 고려 중이다. 온라인에서 신선식품을 주문하는 고객이 늘어나면서 고객이 추구하는 가치는 다양해질 것이다. 과연 ‘고객이 경험하고자 하는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포장이 출현할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한 눈에 보기> CLO평가단의 신선식품 이커머스 3사 포장 종합 평점

마켓컬리 배민프레시 헬로네이처

 

 

 

 



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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